[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내가 알던 니가 아니야...' 설정이 완전히 뒤바뀐 캐릭터들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9월 5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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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마블 팬들을 발칵 뒤집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새롭게 시작된 마블 코믹스의 시나리오에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가 사실 독일 나치로부터 시작된 악의 조직 하이드라 소속이었다는 것이 알려진 것.

캡틴 하이드라(자료출처- INVERSE ENTERTAINMENT)
캡틴 하이드라(자료출처- INVERSE ENTERTAINMENT)


오랜 시간 수 많은 히어로가 등장한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에서도 언제나 굳건한 의지와 신념으로 여러 작품에서 활약하며 미국인의 상징과도 같았던 캡틴 아메리카가 '하이드라' 소속이었다는 사실에 수 많은 팬들이 분노를 표하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어벤저스 시리즈를 비록해 '윈터 솔져' 등의 단독 영화에도 출연해 원작 코믹스를 모르는 이들도 익숙해진 캡틴 아메리카인 만큼 영화에서 하이드라 세력의 박멸을 위해 악전고투하던 그가 원래 하이드라 소속이었다는 소식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로 떠올랐다.

비록 다른 차원의 캡틴이 이 '캡틴 하이드라'를 처치한다는 스토리로 흘러간다고 밝혀져 논란은 일단락 되기는 했지만 "이럴 거면 뭐하러 이런 시나리오를 썼냐"는 비판이 계속 되고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캐릭터의 설정이 급격하게 바뀌어 기존 팬들의 머리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경우는 게임에도 존재한다. 더욱이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완벽히 바뀐 캐릭터 설정으로 게이머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도 종종 등장하는 것이 사실. 이번 히스토리에서는 이러한 급격한 설정 변화를 겪은 캐릭터를 소개하고자 한다.

리메이크 전 트런들(사진출처-게임동아)
리메이크 전 트런들(사진출처-게임동아)


- 부족의 저주를 받은 불쌍한 트롤에서 사악한 트롤의 왕으로 변신한 '트런들'

리그오브레전드(LOL)는 의외로 게임 내 설정이 탄탄한 게임 중 하나다. 물론 랭크 게임이나 챔피언 분석에 열을 올리는 게이머들이 대부분이지만, LOL에는 얼음과 눈의 지역 프렐요드, 잔혹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녹서스, 법과 정의를 중시하는 데마시아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지역을 배경으로 한 챔피언들이 등장해 흥미를 돋우는 것이 사실.

138번째 챔피언 오른까지 수 많은 챔피언이 등장하는 LOL인 만큼 새로운 전략과 시스템에 맞추어 이전 캐릭터의 리메이크도 활발히 진행되어 지금까지 수 많은 캐릭터들이 완전히 새로운 챔피언으로 탈바꿈하는 리메이크를 겪었다. 하지만 이 트런들의 경우 기존 스토리를 완전히 뒤엎다 못해 설정이 완전히 뒤바뀌어 게이머들의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리메이크 트런들
리메이크 트런들


2013년 리메이크 이전까지 트런들은 사악한 트롤 중 고상한 문화를 지닌 러고스크 부족의 일원으로 사악한 마법사를 물리치면서 마법사에게 걸린 '나병의 저주'에 부족이 고통을 받자, 이 모든 저주를 자신에게 몰아 트롤의 생명력으로 버티는 운명을 겪는 비극적인 길을 걷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리메이크 이후 트런들은 얼음마녀(리산드라)와 계약을 맺고 마법의 몽둥이를 얻어 족장을 제거하고 트롤 종족의 왕으로 군림한 원.래.부.터 사악한 트롤로 설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비록 새로운 설정과 함께 강력해진 스킬 구성으로 강력한 챔피언으로 거듭났지만, 아에 캐릭터 설정이 뒤바뀐 지라 '이게 누구?'라는 반응 속에 많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리메이크가 워낙 대격변 수준인지라 스킬 모션부터 스킨까지 여러 부분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어 게이머들의 반감을 사기도 해 여러 번의 패치로 수정을 당하며, 리메이크 캐릭터 중 오랜 시간 출시되지 못한 챔피언 중 하나로 기록되기도 했다.

포이즌(파이널 파이트 / 스트리트파이터)
포이즌(파이널 파이트 / 스트리트파이터)


- 남자야 여자야? 매 게임마다 성별이 바뀌는 가혹한 운명의 캐릭터 '포이즌'

게임 속 캐릭터는 매우 직관적이다. 한 눈으로만 봐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는 게임 플레이나 스토리 진행해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비록 길티기어 시리즈의 '브리짓'처럼 여캐를 그려놓고 '남자입니다!'를 주장하여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액션의 교과서로 불리는 캠콤의 명작 게임 파이널파이트에 처음 등장해 지금도 활발히 등장하고 있는 포이즌만큼 성별이 뒤섞인 캐릭터도 드물다. 처음에는 여성으로 표시됐지만, 이내 여장남자로, 심지어 일부 작품에서는 '중성'(!)으로 표시되는 경우도 있는 등 등장하는 작품마다 성별이 바뀌는 기구한 운명을 지닌 것.

포이즌 이미지(사진출처-게임동아)
포이즌 이미지(사진출처-게임동아)


이처럼 포이즌의 성별이 복잡해진 사정은 이렇다. 처음 파이널파이트에 등장한 포이즌은 분명 여성으로 표시되었지만, 미국 출시를 추진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미국은 여성과 아이를 상대로 한 폭력물에 상당히 높은 규제를 걸고 있었고, 비록 악당이지만, 여성인 포이즌을 때린다는 것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캠콤의 미국 지사인 캠콤 USA에서 당시 미국 사회 기준으로 여자를 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클레임을 걸게 되었고, 이에 본사는 '사실 남자인데 여장을 한 중성'이라는 기괴한 설정을 붙이기에 이른다.

이후 포이즌은 매 게임마다 여성, 남성을 오가는 캐릭터가 되었고, 심지어 귀무자 시리즈에 등장할 때는 성별이 아에 '공백'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포이즌이 나올 때 마다 이번엔 "어떤 설정으로 나올까?"하는 일종의 전통이 생기기도 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생긴 이슈가 캐릭터의 수명을 늘려준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캡콤 측은 아직까지 포이즌의 성별에 대한 공식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성별 만으로 이슈가 되는 캐릭터를 캡콤의 큰 그림이라는 평가가 많다.)

인저스티스2 할리퀸(사진출처-게임동아)
인저스티스2 할리퀸(사진출처-게임동아)


- 사이코패스에서 개과천선해 더 무서워진 '할리퀸'

지난해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빈약한 내용과 여러가지 논쟁으로 휩싸였지만,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퀸'만큼은 모두가 인정한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사이코패스의 교과서로 불리는 조커를 일방적으로 사모하며, 그를 따라 사이코적인 행위를 일삼는 할리퀸은 사실 원작 코믹스에서는 없던 캐릭터이지만, 배트맨 애니메이션에 처음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오히려 코믹스에 역으로 입성하는 전례없는 기록을 세운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런 매력을 지닌 할리퀸은 여러 작품에서 조커와 함께 호흡하며 등장했는데, 배트맨 슈퍼맨으로 대표되는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를 다룬 게임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에서도 쟁쟁한 영웅들을 물리치고 큰 활약을 하여 그 광기 어린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인저스티스2 할리퀸(사진출처-게임동아)
인저스티스2 할리퀸(사진출처-게임동아)


문제는 후속작인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2'에서는 이 광기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 비록 스토리 상 조커의 비중이 매우 낮은 것도 사실이지만, 배트맨의 본거지인 '배트 케이브'에서 근무(?)하는 충격적인 등장과 함께 영웅들과 악의 조직에 맞서 싸우는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 많은 이슈가 되었다.

비록 공격 스킬 및 狂미가 흘러 넘치는 대사는 그대로지만,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립 속에서 영웅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펼쳐지는 게임의 스토리에서 가장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충격적인 결말까지 더해지며,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2' 속 할리퀸은 "계속 이런 모습을 봤으면 한다"는 측과 "이건 할리퀸이 아니다!"라는 팬들 사이에서 분쟁거리로 떠오르는 중이다.

동아닷컴 게임 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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