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알… 길쭉한 알… 새 몸통따라 알 모양 달라진다”

  • 동아일보

달걀은 왜 타원형일까

녹색등찌르레기와 녹색등찌르레기의 알(오른쪽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틸러 제공
녹색등찌르레기와 녹색등찌르레기의 알(오른쪽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틸러 제공
타원형으로 갸름한 얼굴을 계란형 얼굴이라 한다. 그만큼 계란은 타원 모양을 부르는 대표적 명칭이다. 계란뿐 아니다. 대부분의 조류는 타원형 알을 낳는다. 이들은 왜 타원형 알을 낳는 것일까. 조류가 타원형 알을 낳는 이유를 놓고 여러 가설이 다투는 가운데 해외에서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메리 스토더드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부 교수팀은 조류의 알이 타원형인 이유는 비행 능력 발달에 따른 신체 변화 때문이라는 연구를 사이언스 22일자에 발표했다.

에너지 효율 면에선 알이 구형인 것이 유리하다. 질량이 같다면 구형이 다른 어떤 형태보다 부피가 작다. 즉 알의 내용물인 노른자와 흰자 양이 같다면 동그란 알이 타원형 알보다 크기가 작아 더 쉽게 낳을 수 있다. 표면적도 작아 암컷이 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도 덜 쓸 수 있다. 알껍데기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인데, 암컷은 알을 만들기 위해 자기 뼈의 칼슘을 쓴다. 닭이 알 1개 분량의 껍질을 만들려면 몸 전체 칼슘의 10%가 필요하다. 구형 알은 어느 정도 외부 충격을 받아도 알이 구르면서 충격을 흡수해 깨질 위험도 줄어든다.

그럼에도 현생 조류는 타원형 알을 낳게끔 진화했다. 과학자들은 새 알이 타원형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제시해 왔다. 대표적 예가 둥지 밖으로 떨어지지 않는 알이 살아남았다는 가설이다. 절벽처럼 좁은 틈새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 새의 경우, 구형 알은 잘 굴러가기 때문에 둥지를 벗어나는 순간 절벽으로 굴러떨어진다. 반면 타원형이나 원추형 알은 구형에 비해 덜 굴러간다. 원추형 알은 굴러가다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는 형태다. 둥지 크기와 알의 부피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타원형 알로 진화했다는 가설도 있다. 둥지 크기에 비해 알 개수가 적으면 알이 둥지 안에 흩어져 부딪혀 깨질 수 있다. 반면 알 개수가 많으면 부모가 새끼들을 다 돌보지 못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날지 못하는 새들의 알이 나는 새의 알보다 구형에 더 가깝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비행 능력에 따른 알 형태를 조사하기 위해 37목 1400종의 알 4만9175개의 형태는 물론이고 먹이, 서식지, 둥지를 짓는 환경, 체형과 날개 길이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알 형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몸과 날개 크기 비율이었다. 몸에 비해 날개가 큰 조류일수록 알이 더 길쭉한 타원형이었다. 동남아 지역 야생 닭인 적색야계(Gallus gallus)에 비해 호주와 뉴기니 지역에 사는 녹색등찌르레기(Oriolus sagittatus) 알이 약 4배 더 길쭉했다.

연구팀은 날개가 큰 새들의 알이 길쭉한 이유를 비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 몸통을 더 작고 좁게 만들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토더드 교수는 “몸통이 작은 새는 당연히 골반 뼈도 좁다”며 “좁은 골반을 통과하기 위해 알이 길쭉한 형태가 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달걀 모양#타원형 알#녹색등찌르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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