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고가의 의료기기인 보청기를 처음 구입할 때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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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원장 칼럼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오른쪽)이 환자의 귀 청력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오른쪽)이 환자의 귀 청력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에 거주하는 최모 씨(65)는 지난해 가족들의 권유로 주변에 이미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던 지인들에게 수소문해 급하게 비교적 할인된 가격으로 보청기 한 쪽을 구입해 착용했다. 그러나 조용한 실내에서 단둘이 대화하는데 약간의 도움을 받았을 뿐 주변이 시끄럽고 여러 사람과 대화 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오히려 큰 소리로 인해 머리가 아팠고 본인의 말소리가 울려 보청기 착용을 포기하고 지내다 본 클리닉을 방문했다.

최 씨를 상담할 때 이전 보청기의 효과에 대한 실망감과 보청기 구입비용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보청기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다. 청력검사상 보청기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인 중등도의 노인성 난청이었다. 그러나 뇌의 청각기능을 반영하는 소음하에서의 문장이해도 검사에서는 고도의 노인성 난청에 해당되는 낮은 성적을 보였다. 또 큰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아주 높고 울리는 소리에 대한 예민도가 심해 보청기의 소리에 대한 거부감이 높을 것으로 짐작됐다. 검사결과에 따라 양측 보청기를 처방했고 보청기의 기종 선택과 조절 방식 및 적응 요령에 대한 교육과 대화 전략에 대한 교육 계획도 처방했다.

노인성 난청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청기의 효과에 대한 실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토로하다 보니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초고령사회에 속하지만 보청기 착용률이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인성 난청으로 보청기를 껴도 상당수가 보청기의 효과에 실망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각 개인의 난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 조건이나 지인의 소개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한 청력검사를 거쳐 난청의 정도를 파악해 그것에만 맞춘 보청기를 쉽게 구입해서 착용한다. 그러나 이후에 몇 차례 불편한 부분을 조절 관리만으로 난청으로 인한 여러 불편함이 충분히 해결되리라는 기대감이 결국 충족되지 못해 실망을 한다. 또 본인에게 맞지 않게 처방된 고가인 보청기 구입비용 대비 기대 이하의 효과도 한 원인.

노인성 난청을 야기하는 퇴행성 변화는 귀의 감각기관인 달팽이관뿐만 아니라 우리 뇌의 청각을 담당하는 다양한 부위에서도 생긴다. 이러한 뇌의 퇴행성 변화는 귀의 달팽이관에서 생기는 난청을 조기에 교정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 주변 지인들의 부적절한 처방의 보청기 효과에 대한 실망스러운 경험만을 참조해 뇌의 퇴행성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조기 노인성 난청의 교정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다. 또 노인성 난청의 방치로 인한 뇌의 퇴행성 변화로 청각 관련 뇌기능 장애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의 장애, 우울증이나 치매가 오기도 한다.

기왕에 고가의 의료기기인 보청기를 처음 구입할 때에는 본인의 난청의 정도와 특성 및 청각 관련 뇌의 기능 등의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방받고 전문적인 조절과 필요 시 적응 및 대화전략 교육 등을 함께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최근 국내 보청기의 과열된 판매 위주의 유통 현황도 난청인에게 바람직한지는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김성근이비인후과·청각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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