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모의비행 시뮬레이터 훈련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동체 충격까지 그대로 재현 4D교육 생생
美 록히드마틴사에서 2대 들여와… 외국에 주던 교육비 年100억 절감
비상조치 훈련 기회 적었던 저가항공사 파일럿에게 희소식

자동 비행모드에서는 트림 휠이 빙글빙글 돌면서 수평 비행 상황을 유지하지만 비상 상황에서는 파일럿이 직접 조종간을 잡고 조종을 해야 한다. 실제 비행기 조종석을 그대로 재현한 모의비행 시뮬레이터는 외부에 달린 6개 하부기둥이 동체를 흔들면서 가상비행에 현실감을 부여해 훈련 효과를 극대화한다.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자동 비행모드에서는 트림 휠이 빙글빙글 돌면서 수평 비행 상황을 유지하지만 비상 상황에서는 파일럿이 직접 조종간을 잡고 조종을 해야 한다. 실제 비행기 조종석을 그대로 재현한 모의비행 시뮬레이터는 외부에 달린 6개 하부기둥이 동체를 흔들면서 가상비행에 현실감을 부여해 훈련 효과를 극대화한다.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애∼앵.’

‘화재 경고’ 버튼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귀청을 찢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비행기 엔진 2개 중 한 개에 불이 난 것이다. 중심을 잃은 비행기는 한쪽으로 기울면서 심하게 요동쳤고, 조종석 바닥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장석에 앉아 있던 공군 정봉관 소령(37)은 조종모드를 자동에서 수동으로 급히 전환한 후 근처 김포국제공항에 비상 착륙을 시도했다.

이달 8일 인천 중구 을왕동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실시된 모의비행 시뮬레이터 훈련 현장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시뮬레이터를 떠받들고 있는 6개의 거대 기둥이 조종간의 방향대로 시뮬레이터 동체를 움직이면서 사실감을 더해 훈련 집중도를 높였다. 정 소령은 “시뮬레이터가 실제와 같이 움직여, 훈련을 받다가도 실제 비행 상황이 아닌가 헷갈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 실제 비행과 구분 안 가… “훈련 효과 최고”

훈련은 1시간 정도 이어졌는데, 화재와 폭우 등 다양한 상황이 연출됐다. 훈련은 조종사가 조종석에 앉아 가운데 있는 계기판 모니터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시뮬레이터 화면이 출발 공항 활주로로 바뀌면서 시작된다. 실제 관제탑과 교신을 주고받듯 조종석 뒤에 앉은 서호선 시뮬레이터 교관(74)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이륙하면, 일정 시점에서 교관이 비상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조종사는 비행모드를 수동으로 전환하고 비상 착륙할 때까지 직접 상황을 제어하는 것이다.

“자동 비행 모드는 일반인도 직접 조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만히 놔둬도 트림 휠이 스스로 빙글빙글 돌면서 수평 비행을 하거든요. 이렇다 보니 과거에 비해 조종사들의 위급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집니다. 기기 결함이나 악천후 때문에 조종사가 직접 조종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수백 명의 승객 목숨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비상조치 훈련을 반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 교관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동체 충격까지 그대로 재현한 4차원(4D)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훈련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 비상 훈련 기회 적은 파일럿에게 ‘희소식’

시뮬레이터는 동체 충격까지 그대로 재현한 4차원 방식 덕에 훈련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특히 저가항공사 소속 조종사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파일럿을 보유하지 않은 공항공사가 이들의 부족한 비상조치 훈련 횟수를 채워주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도입했다. 현재 공항공사 인재개발원이 보유한 시뮬레이터는 총 2대로 각각 보잉737-NG와 에어버스 A320용이다. 천성한 항공교육팀 차장은 “그동안 저가항공사 조종사들은 외국에 나가서 시간당 400∼500달러씩 교육비를 내고 시뮬레이터 훈련을 했지만, 국내에서도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훈련이 가능해져 연간 100억 원에 가까운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훈련 횟수도 늘릴 수 있다”며 “파일럿의 훈련 횟수가 많아질수록 탑승객의 안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훈련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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