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탱크처럼 생긴 로봇이 강철 팔을 뻗어 사방으로 휘두르며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잠시 후, 로봇은 요란한 경보음을 내며 멈춰 섰다. 500m 바깥에서 리모컨으로 로봇을 조종하던 폭발물 처리 전문가는 모니터 화면을 보고 “찾았다”고 외쳤다. 로봇은 땅 위에 붉은 페인트를 뿌려 표시를 했다. 땅속 모형 대인지뢰를 1분 만에 찾아낸 것이다.
내전이 잦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지뢰로 인한 인명 피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에 홍수가 나면 6·25전쟁 때 뿌려 놓은 지뢰가 유실되는 바람에 인명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지뢰를 손쉽게 찾아 제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 사람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탐지
KIST 바이오닉스연구단이 개발한 지뢰탐지 로봇 ‘마이더스2’. 로봇팔을 자동차 와이퍼처럼 움직이며 지뢰를 찾는다. KIST 제공
KIST ‘안보기술개발단’은 한국형 지뢰탐지 로봇 ‘마이더스2’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 로봇은 이라크 전쟁 때에 투입된 적이 있는 국산 정찰로봇 ‘롭헤즈’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두 개의 관절로 각도를 360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로봇팔을 붙이고 그 끝에는 지뢰 탐지장치를 달았다.
500m 밖에서 무선으로 조종되는 마이더스2는 최고속도 시속 12km를 자랑하며 자석센서를 이용해 지뢰를 찾는 것은 물론 땅속에 전파를 발사해 땅굴도 찾을 수 있다. 지뢰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 페인트를 뿌려 표시를 한다.
김신국 KIST 연구원은 “모의 지뢰를 묻어 두고 탐지 실험을 진행한 결과 1m²를 조사하는 데 1∼2분이면 충분했다”며 “사람보다 두 배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 뇌에 전자칩 심은 생쥐는 ‘만능 탐지기’
영상카메라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짊어진 ‘슈퍼 쥐’. 생쥐 같은 소형 동물을 원격 조종할 수 있게 되면 군사 분야에서 정찰, 자폭공격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다. KIST 제공동물을 이용한 지뢰 탐지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사람보다 뛰어난 후각으로 지뢰를 찾자는 것으로, 보통 개를 이용하지만 생쥐를 쓰기도 한다.
화약 냄새를 맡으면 땅을 파거나 주위를 서성대도록 쥐를 훈련하는 방식인데, 쥐 30마리만 있으면 100m²를 조사하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벨기에 지뢰 제거 전문 비정부기구 APOPO가 사용하는 방식인데,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에 ‘쥐 훈련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쥐 한 마리를 훈련하는 비용은 2000달러(약 218만 원) 정도로 군용 탐지견 사육비의 20분의 1 정도.
KIST 뇌과학연구소는 6년간 생쥐의 뇌구조를 연구한 결과 이보다 진일보한 방법을 찾아냈다.
쥐의 뇌에 직접 무선으로 명령을 내리는 ‘BMI(뇌-기계 연결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쥐의 두뇌에 전자 칩을 꽂고 전기자극을 주면서 쥐의 행동을 컴퓨터로 조종하는 기술이다. 등에 소형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무선송수신 장치, 영상카메라를 장착하면 먼 거리에서도 생쥐의 위치를 확인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소형 폭탄을 장착할 경우,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동물 자살 특공대’가 된다.
서배스천 로여 KIST 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무선으로 신호를 보내 쥐의 운동신경세포와 연결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며 “본래 뇌기능 연구 목적으로 개발했지만 지뢰탐지용 ‘슈퍼 쥐’를 만들 때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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