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시 중력렌즈 네트워크… 지구 닮은 행성 발견에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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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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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美오하이오주립대 교수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될 KMTNet 망원경. 거울 지름이 1.6m이고, 망원경 앞쪽에 보름달 16개를 채울 만큼 넓은 ‘광시야 카메라’가 달려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될 KMTNet 망원경. 거울 지름이 1.6m이고, 망원경 앞쪽에 보름달 16개를 채울 만큼 넓은 ‘광시야 카메라’가 달려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5년 내에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이 많이 발견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미시(微視) 중력렌즈 망원경 네트워크(KMTNet)’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16, 17일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서 열린 ‘제16차 미시 중력렌즈 국제학회’에서 앤드루 골드 오하이오주립대 천문학과 교수(사진)는 지구형 외계행성을 찾는 데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골드 교수는 1992년 미시 중력렌즈 현상으로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는 관측 방법을 처음 제시한 학자다.

미시 중력렌즈는 멀리 있는 별에서 오는 빛이 중간에 끼어드는 또 다른 별의 중력 때문에 휘어져 밝기가 변하는 현상이다. 마치 별의 중력이 렌즈처럼 작용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중간 별 주변에 행성이 있으면 멀리서 오는 별빛의 밝기가 불연속적으로 변하는데, 이 신호를 포착해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행성의 질량 등을 알 수 있다.

2005년 이후 질량이 지구보다 몇 배 무거운 외계행성인 ‘슈퍼 지구’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질량이나 크기가 지구와 엇비슷하면서 지구처럼 중심 별에서 적당한 위치에 자리해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외계행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골드 교수는 “미시 중력렌즈는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기 좋은 방법”이라며 “KMTNet은 이런 발견을 하는 데 가장 좋은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KMTNet은 한국천문연구원과 충북대 연구진이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에 지름 1.6m의 망원경을 1대씩 설치하고 이 3대의 망원경으로 미시 중력렌즈 현상을 포착해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네트워크다. 올해 말 칠레를 시작으로 내년 8월 남아공, 2014년 3월 호주에 망원경을 설치할 계획이다.

한정호 충북대 교수는 “미시 중력렌즈에서 거대행성 신호는 하루 이틀 지속되지만 지구형 행성은 1, 2시간 지속될 뿐”이라며 “KMTNet으로 24시간 동안 10분 간격으로 관측하면 지구형 외계행성 발견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의 책임자인 김승리 천문연 외계행성연구그룹장도 “매년 KMTNet으로 목성급 행성은 수백 개, 지구형 행성은 3∼4개 정도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 교수는 “이제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지구형 행성을 충분히 발견한 뒤, 또 다른 관측 장비로 행성의 대기 성분을 조사하면 그 행성에 생명체가 사는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패서디나=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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