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이온 가속기, 美설계 표절]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 美설계 베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미시간주립대 ‘에프립’과 핵심장비 사실상 같아… 연구팀 상당수 지난 1월 알고도 감춰
본보 보고서원안 입수 확인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의 내부 모습. 중이온가속기도 이것과 유사한 모양으로 건설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의 내부 모습. 중이온가속기도 이것과 유사한 모양으로 건설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핵심 실험시설인 46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중이온가속기(KoRIA)의 기초설계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최신 중이온가속기 ‘에프립(FRIB)’을 거의 베낀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KoRIA 연구팀 관계자 상당수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감춰온 것으로 드러났다. KoRIA 연구팀은 그동안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가속기를 개발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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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건국 이래 최대 과학프로젝트’로 불리는 5조2000억 원 규모의 과학벨트 사업은 시작부터 지역갈등에다 도덕성 시비에까지 휩싸이게 됐다. 에프립은 2004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최종설계가 완료됐으며 KoRIA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올해 1월 말에 기초설계가 완료됐다.

동아일보가 18일 KoRIA의 개념설계 최종 보고서 원안(原案)을 입수해 FRIB 개념설계 최종 보고서와 비교 분석한 결과 KoRIA의 선형가속기에 쓰이는 가속관 4종류 가운데 3종류가 FRIB의 가속관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KoRIA 보고서에는 이 수치를 어떤 근거로 얻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에 표절이나 다름없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사업에 정통한 국내 전문가는 “KoRIA의 선형가속기가 미국의 에프립을 거의 베꼈다”며 “그중에서도 핵심장비인 ‘가속관’ 설계는 사실상 똑같다”고 말했다. 개념설계에 참여한 한 연구자는 “2월 개념설계 완료를 앞두고 1월 연구자들이 수십 명 모인 자리에서 가속관 표절 사실이 드러나 매우 시끄러웠다”며 “가속관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여기저기서 차용한 것이어서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해당 연구자가 수정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실 보고서를 제출받은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관리 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가속관 설계 책임자인 고승국 울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에프립과 원리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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