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오페라 주인공이 되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0-09-2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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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서 제작… 오늘 모나코서 첫 공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 제작한 오페라 ‘죽음과 파워스’의 한 장면. 주연을 맡은 로봇(샹들리에)이 아내 역을 맡은 배우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제공 MIT 미디어랩
다른 남자를 만나는 아내를 질투한 ‘로봇’이 천장의 샹들리에를 이용해 공격한다. 로봇의 감정을 나타내는 거대한 책장은 붉은 빛을 내뿜으며 흥분한다. ‘죽음과 파워스(Death and the Powers)’라는 오페라에서 주연을 맡은 로봇이 열연하는 모습이다.

이곳은 프랑스 남부 해변의 휴양지인 모나코 몬테카를로 시(市). 로봇이 주연한 오페라인 죽음과 파워스는 24일 밤(현지 시간) 몬테카를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첫 공연에 들어간다. 죽음과 파워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토드 매코버 교수팀이 만든 미래형 오페라다. 이 오페라에서 로봇은 주연 배우이자 무대 그 자체다. 단순히 인간 배우의 역할을 로봇이 대신한 것이 아니라 오페라의 각본 자체가 로봇만 주연을 맡을 수 있게 짜였다.

오페라는 로봇으로 변해 영생을 얻으려는 한 사람에 대한 얘기다. 발명가로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이먼 파워스’는 죽은 뒤에도 생전처럼 살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생각을 집 곳곳에 넣는다. 거대한 책장은 파워스의 기억을 담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색이나 영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천장의 샹들리에는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 때로는 강하게 파워스의 의사를 전달한다. 매코버 교수는 “로봇 배우는 사람이 조종하지만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의 연기에 반응해 행동하고 감정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 오페라에는 배우의 노래에 코러스를 넣는 ‘오페라봇’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조한다.

이뿐 아니다. 아마도 2∼3년 뒤에는 몬테카를로 시에서 로봇의 공연과 함께 오페라하우스 밖 카지노에 손님과 함께 포커 게임을 하는 ‘로봇 도박사’도 등장할지 모른다. 사람의 표정을 읽는 로봇 도박사는 일본 쓰쿠바대 시스템정보공학부 겐지 스즈키 교수팀이 이달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엔터테인먼트 로봇 콘퍼런스(ICEC 2010)’에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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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도박사는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빈도와 속도를 측정하거나 입술의 모양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심리를 알아낸다. 만약 포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좋은 패를 가진 듯 높은 금액을 걸어도 표정에 높은 긴장도가 드러나 로봇이 ‘허세’임을 간파하면 더 큰 금액을 거는 식이다. 쓰쿠바대 김민규 연구원은 “로봇이 사람의 패를 읽는 것이 아니라 표정을 읽기 때문에 실제 사람과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 것”이라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이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정을 읽는 로봇이기 때문에 다른 게임의 룰을 입력하면 다양한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 연구원은 “카드의 특정한 모양과 색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 중”이라며 “올해 안에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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