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부터 2차대전까지, 게임에서 역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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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0일 12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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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에는 시대적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꼭 이야기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모든 문화 콘텐츠인 소설, 영화들은 모두 시대적 배경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시대적 배경은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형태와 성격, 콘텐츠의 방향을 결정짓는 '멍석'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게임에서 시대적 배경은 게임의 전체적인 특성과 색을 정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게임에서의 시대적 배경이 갖는 중요성은 다른 문화적 콘텐츠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게이머들 역시 게임이 갖고 있는 배경에 알게 모르게 많은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어서, 자신이 관심 없는 배경을 다룬 게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기에 공통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게임의 배경들을 살펴보면,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게임의 시대적 배경이 어떤 것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이머들의 취향과 맞닿아있는, 이른바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게임 속 시대적 배경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삼국지, 동아시아인들의 정서를 관통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널리 읽힌 소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단연 삼국지를 지목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 천하통일이라는 하나의 뚜렷한 목적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삼국지, 즉 중국의 삼국시대는 소설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널리 다뤄지고 있는 시대적 배경이다.

삼국지가 게임으로도 인기를 끄는 요소는 명확하다. 원작에 워낙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게임 캐릭터를 생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점과 원작 에피소드의 스케일이 워낙 거대한 터라 별 다른 과장 없이 그대로 게임의 콘텐츠로 삼기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아케이드 시장에서는 '천지를 먹다 2'가 큰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90년대 PC 게이머들에게는 '영걸전'과 '삼국지'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이와 함께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한 획을 그은 '진삼국무쌍' 시리즈가 꾸준히 삼국지의 매력을 게이머들에게 전달해왔다.

이러한 삼국지 열풍은 최근에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웹게임으로 제작되며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 인기를 반증이나 하듯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개발 중인 삼국지를 소재로 하는 웹게임들의 소식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오는 9월 10일 2차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하는 '삼국영웅전'이 그 대표적인 경우로 PC 패키지 게임으로 인기가 많은 '삼국지' 시리즈가 택하고 있는 '땅따먹기' 스타일의 게임 운영이 특징인 게임이다. 또한, 기존의 웹게임들보다 내정과 생산을 간략하게 하고 바로 전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만들어 경쟁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롤플레잉 게임의 알파와 오메가, 유럽의 중세시대
동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게임의 시대적 배경이 중국의 삼국시대라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중세 유럽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속에 그려지는 중세 유럽의 모습은 정확히는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했다기 보다는 J.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과 TRPG(Table Role-Playing Game, 참가자들이 일정한 역할을 맡아 카드와 주사위를 통해 즐기는 역할 수행 놀이)로 유명한 '매직 더 게더링'과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관에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가상의 판타지와 역사 속에 실존하는 중세 유럽이 어우러져 생겨난 세계관은 실존하는 역사에 유럽 각 지역에 존재하는 신화, 전설, 민담 등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추고 있는 가상의 요소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이런 요소 때문에 게이머들로 하여금 '실제로 존재하진 않지만 그럴싸한 현실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에 맞게 재구성된 중세 유럽의 모습을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게임들이라면 단연 롤플레잉 장르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인 롤플레잉 게임부터 MMORPG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중세 유럽과 판타지가 어우러져 게임化된 중세 유럽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며, 그 세계관을 더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중세 유럽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아시아의 게이머들마저 게임을 통해 중세 유럽에 대한 이미지를 드래곤, 엘프, 드워프를 비롯한 각종 몬스터와 검과 마법의 세계로 떠올릴 만큼, 게임 속의 중세 유럽은 게이머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 전쟁의 재해석인가 희화화인가? 게임 속의 2차 세계대전
1939년부터 1945년부터 약 9천만 명의 사상자를 낸 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에 있어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그런 2차 세계대전도 게임 속에서는 공공연하게 재연되고는 한다.

사례가 사례이니 만큼 2차 세계대전을 다루는 게임들은 주로 전투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임들이 대다수이다. 과거에는 캡콤의 '1942', 싸이쿄의 '1945' 시리즈 같은 슈팅 게임들이 주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삼았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FPS 게임들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서구 열강의 식민지 경쟁에서 발생한 전쟁임에도 대부분의 게임들이 연합군을 선, 독일군을 절대적인 악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학자들이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참혹한 전쟁을 굳이 게임으로 제작해 전쟁을 회화화 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많다.

재미있는 점은 역사가 역사 이외의 문화 콘텐츠와 만나며 그 자체의 성격이 조금씩 변화되는 경우는 게임 이외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음에도, 유독 게임과 2차대전과 관련해서만 이러한 우려가 심하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게이머들은 “다른 문화 콘텐츠에 비해 유독 게임에 대해서만 심각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다른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근에 발생한 역사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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