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교수의 ‘심장 카바수술’ 비판 교수 2명 해임 논란 확산

  • 동아일보

건국대 “병원 대외적 신뢰도 실추”
학회 “학문적 비판 비상식적 봉쇄”

동료 교수의 수술법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외부기관에 제출하는 행위는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다?

최근 건국대가 이런 이유로 의대 교수 2명을 해임하자 해당 학회와 교수들이 해임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으로 맞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파장의 발단은 이 대학 의대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심장혈관센터장)가 개발한 카바수술 부작용 논란이다. 1988년 국내 최초로 뇌사자 판막의 심장병 환자 이식에 성공한 송 교수는 건국대 병원이 3년 전 영입한 ‘병원장급 스타 의사’. 문제의 수술법은 송 교수가 1997년 개발한 것으로, 대동맥이 늘어나 판막이 손상된 질환에 인공판막 대신 링을 끼워 고정하는 방법이다. 같은 대학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는 이 수술법을 적용한 환자 20명의 부작용에 대한 보고서를 2008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출했다. 두 교수의 논문은 지난해 6월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도 실렸다.

부작용 논란이 커지면서 두 교수는 대학 교수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대학 당국은 논의 끝에 이달 15일 두 교수에게 “병원의 대외적 신뢰도를 실추시켰다”며 해임을 통보했다.

유 교수는 “근거 없는 비판도 아니고 심장내과 교수 모두가 뜻을 같이한 일이다”라면서 “우리 주장을 유럽흉부학회도 인정했는데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정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취소를 청구했다. 대한심장학회와 대한고혈압학회, 건국대병원 내과 교수들도 유 교수와 한 교수를 지지했다. 이들은 “두 교수를 해임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학문적인 문제제기를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봉쇄하려는 대학 당국은 해임 결정을 취소하고 해당 교수의 명예 회복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 교수가 해임됨에 따라 유 교수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심부전 학술대회(4월 15, 16일)의 유치도 불투명해졌다. 또 유 교수가 다국적 제약사와 함께 진행 중인 10여 개의 임상연구도 중단될 우려가 높아졌다.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주관으로 카바수술법에 대한 검증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연말경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은 “송 교수가 준 자료 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자료를 취합해서 분석 중”이라면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중간결과를 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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