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녀를 둔 엄마는 그렇지 않은 엄마보다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이 때문에 부정적인 자녀 양육 태도를 갖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소아정신과 교수팀은 2007년 경기 군포 지역 초등학교 1학년생을 ADHD 진단군(46명)과 정상아동군(627명)으로 나눴다. 이어 그룹별로 엄마의 우울증을 ‘우울증 자가 평점 척도(BDI)’를 사용해 측정했다. BDI는 △우울하지 않은 상태(0∼9점) △경도 우울증(10∼15점) △중증 우울증(16∼23점) △심한 우울증(24∼43점) 등 4단계로 결과가 나온다. ADHD 진단군의 엄마들은 평균점수가 10.67로, 경도 우울증 단계에 속했다. 반면 정상 아동군의 엄마는 6.42점으로 우울하지 않은 상태였다.
ADHD는 초중고교생 100명 중 3∼5명이 걸리는, 흔한 정신과 질환 중 하나다. ADHD 아동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학교 규율을 잘 지키지 않는 등 ‘문제행동’을 자주 보인다. 이 때문에 엄마들은 양육 스트레스가 심하다. 홍 교수는 “양육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린 엄마는 아이들에게 자주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등 강압적 양육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양육 태도 때문에 ADHD에 걸려 있는 아이들이 더 저항하고 공격성향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ADHD 증상이 악화되는 것. 특히 엄마가 과잉보호를 할수록 자녀의 ADHD 증상도 심해졌다.
이번 연구에서도 이는 통계적으로 입증됐다. 아이들에게 어른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권위주의 통제’ 점수는 ADHD 진단군의 엄마가 35점 만점에 25.91점으로, 정상 아동군 엄마의 22.98점보다 높았다. 또한 아이들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과잉보호’ 점수도 ADHD 진단군의 엄마가 18.33점으로, 정상아동군 엄마의 16.61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아이들에게 해도 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는 ‘합리적 지도’ 점수와 친밀감을 갖고 아이를 대하는 ‘애정’ 점수는 대체로 정상아동군의 엄마가 ADHD 진단군의 엄마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울증은 대체로 권위주의 통제를 많이 하려는 엄마일수록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아동의 ADHD 치료와 더불어 ADHD 아동 엄마의 우울증상에 대한 적극적인 조기 평가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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