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표준 올림피아드 ‘톡톡 아이디어’ 만발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떡볶이 매운맛 4단계로 세분화
신발 볼너비-발바닥 모양 표시를”

“매운맛의 정도를 표준화해 매운맛 때문에 초래되는 피해를 줄였으면 한다. 매운 정도는 거의 맵지 않은 정도, 조금 매운 정도, 먹고 나서 물을 마시지 않으면 약간 따가운 정도, 너무 매워서 물을 마셔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정도의 네 단계로 나눈다.”(인천과학고 SOF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주최로 중등부 40개 팀과 고등부 40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12∼14일 열린 제4회 청소년 표준 올림피아드에서 나온 인천과학고 SOF팀의 표준화 아이디어다. 이 팀은 매운 정도를 매운 맛이 첨가된 과자, 김치찌개, 떡볶이, 눈물꼬치와 불닭 등으로 구체적인 품목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표원 관계자는 “어른들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았다”며 “현실화가 가능한 아이디어들은 앞으로 국가 표준화 추진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기발한 아이디어들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많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문자입력 방식, 이어폰 잭, 메신저 등의 표준화에 관심이 많았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불편함을 호소하고 그럴듯한 제안을 내놓은 팀도 적지 않았다. 휴대전화 문자입력 방식의 표준화에 대해서 인천외고 칼피스토팀은 “휴대전화 단말기에 문자입력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문자입력방식을 하나의 통일된 파일로 개발해 휴대전화에 설치하게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고교생들은 또 버스노선 안내도 제작방식 통일, 옷 치수 세분화, 과일이나 채소의 신선도에 대한 기준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도 표준화 제안을 많이 했다.

신발 수치 세분화 아이디어를 낸 동탄고 골동품팀은 “신발에 길이만 표시돼 있고 볼 너비는 없어 볼이 넓은 사람은 길이에 맞춰서 신발을 사야한다”며 “신발을 구매할 때 최대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길이와 볼의 너비뿐만 아니라 발바닥의 모양을 표시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화장실의 물내림 레버의 표준화, 엘리베이터 버튼 배열 표준화 등을 제안한 팀들도 있었다. 이밖에도 책의 크기가 다양해서 책 정리하기가 불편하다거나, 자동차 연료 주입구를 한쪽으로 통일해야 한다거나, 탄산음료의 탄산량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제안 등도 눈길을 끌었다.



○ 표준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기업이나 가정에서 표준화가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표준화에 반대하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표원은 청소년들의 아이디어 가운데는 표준화를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생활 속의 표준화 아이디어를 기표원은 ‘생활 공감형 표준’이라고 부른다.

기표원 관계자는 “표준화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다르면 불편한 것, 복잡하면 비용이 증가하는 것, 기준 미달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 등 대상을 정해 표준화의 필요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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