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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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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했다고 그동안 쌓아둔 경력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제가 가진 지식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계획입니다.”
2007년 은퇴한 홍성윤 전 부경대 교수(68·수산자원생물학)는 과학기술 전도사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수산 교육방법과 해양생물공학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자카르타수산대에서 직접 강의도 하고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데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한국의 고기 잡는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며 “정보기술(IT) 강국 이전에 수산 강국이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교수가 적지 않은 나이에 홀로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까닭은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학자들은 계속 자신들의 연구를 진행해야 하고 은퇴해 여유가 생긴 학자들은 평생의 성과를 전수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다른 나라를 도와주면 자원외교와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해양 자원 대국이지만 기술이 열악한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도와줄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등 해양 선진국은 이미 개도국에 기술지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한국은 조금 늦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까지 강단에 섰던 박찬무 전 명지대 교수(66·도시생태설계학)도 도시 환경 설계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날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 학계에는 정년퇴직한 학자들이 설 곳이 마땅치 않다”며 “경험이 중요한 과학 분야에서는 경력 많은 학자가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박 전 교수는 “동남아 개도국을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말레이시아는 자원부국이며 생태도시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 한국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시티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국가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다른 국가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갑을 넘긴 노(老)교수들이 개도국으로 나서게 된 것은 개도국 과학기술 지원을 위한 ‘과학기술지원단’에 선발됐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 과학기술지원단 49명을 선발했다. 27세부터 68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원단에 선발됐다.
지원단은 정보통신 컴퓨터공학 생명공학 환경설계 수산학 원자력공학 등의 전공자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12개 개도국으로 파견된다. 석·박사가 대부분인 이들은 해당 국가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1년간 머무르며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