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인터넷 정글세계 상생시대 열린다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9분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큰돈을 들여 개발해 놓은 웹기술을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인터넷 기업은 이 프로그램을 공짜로 받아 손쉽게 웹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자신의 사이트에서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횡재를 한 것처럼 돈을 들이지 않고도 알짜배기 콘텐츠를 얻어 인터넷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사실 NHN이 이렇게 나오게 된 데는 미국 구글이 주도하는 ‘오픈소셜’이 옆구리를 쿡쿡 찌른 탓이 큽니다.

오픈소셜은 여러 소셜 네트워크(인터넷 인맥 쌓기) 사이트가 각자의 콘텐츠를 서로 이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스페이스 이용자의 글을 다음 카페에서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참여 업체들은 공짜로 다른 사이트의 이용자와 콘텐츠를 손에 넣어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야후 다음 파란 등이 이 전략을 위해 손을 잡았죠.

국내 1위 포털인 네이버는 이들의 연합전선에 대응하기 위해 공짜 전략으로 자신의 지원군을 얻으려 나선 것입니다.

이제 인터넷 기업들의 전쟁은 누가 얼마나 많은 지원군을 얻느냐로 승패가 갈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를 위해 다수(多數)가 이익을 공유하며 참여하는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모델로는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대표적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의 소스코드를 공개한 뒤 일반인이 이에 맞는 게임 등을 개발해 온라인 장터 ‘앱스토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곳에서 전 세계 개발자들이 5500여 건의 콘텐츠를 올려 2억 건의 다운로드를 통해 수익을 올렸습니다. 십자낱말풀이 게임을 올린 뉴욕대 대학원생 엘리자 블록 씨는 월 6000만여 원의 수익을 올려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개발자들과 수익을 7 대 3(애플 몫)으로 나눠 쏠쏠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서로 뺏고 뺏기는 ‘정글의 시대’가 아니라 함께 사는 방법을 궁리하는 ‘디지털 생태계’의 시대가 열린다고 합니다.

창의력이 승부를 가르는 미래의 시장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기업이나 개인도 개미군단의 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직적 갑을(甲乙) 관계에만 익숙했던 기업들도 이런 전략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네요.

김용석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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