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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4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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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생소한 '누리엔소프트웨어(이하 누리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구준회(40·사진 왼쪽)·김태훈(30) 씨 모두 한국 게임계에서는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했을 정도로 철저한 이방인에 불과했다.
이들은 줄곧 미국에서 공부하고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이른바 '부메랑 세대'다. 한국에선 인맥이 부족하다보니 그간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바라보는 눈은 한국과 천양지차다.
이들은 4월 미국 3대 벤처캐피털로 불리는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A)'와 '노던 라이트 벤처캐피털(NLVC)' 등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로부터 무려 1500만 달러(당시 15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 3년간 투자유치액을 모두 합하면 200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무명 벤처기업, 그것도 시장에서 아직 검증받지 못한 신생기업이 해외에서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는 점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에서 투자를 받고 싶었죠. 그러나 기획서는 제대로 보지 않고 무조건 '담보'만을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일찍부터 해외벤처투자자들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기술을 인정받으니 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더군요."(김태훈 대표)
● 해외에서 200억 투자받은 첫 국내 게임벤처
지난달 30일 대규모 투자로 기대를 잔뜩 모은 누리엔의 첫 작품이 공개됐다.
게임업계가 이 날을 주목했던 이유는 바로 누리엔이 추구하는 게임의 성격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까지 언급된 3D 가상현실과는 차원이 다른 사실적인 3D 고화질을 지향한다.
실제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게임 속 '아바타'가 눈앞에 등장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자연스레 고사양의 PC와 최첨단 그래픽 카드를 기본으로 요구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누리엔의 성공여부에 따라 PC업계의 방향이 뒤바뀔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이 회사는 단순한 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최첨단 3D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는 스스로 게임은 물론이고 콘텐츠 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리듬 댄스 게임인 '엠스타', 그리고 순차적으로 오픈되는 패션 게임 '런웨이', 캐주얼 퀴즈 게임인 '퀴즈 스타' 등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다양한 미디어 기능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벤처 투자자들을 흥분시킬만한 요소는 또 있다. 한국인들에 의해 개발되는 게임이다 보니 게임 속 아바타가 서구인들이 아닌 늘씬한 동양인을 모델로 했다는 점. 현재 전 세계 게이머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젊은이들을 열광시킬만한 중요 포인트다. 과거에도 한국산 게임들은 중국 게임시장을 차근차근 정복했던 전례가 있다.
누리엔은 중국법인을 통해 한·중 동시 서비스 계획도 진행 중이다.
두 대표는 모두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미국통'이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간 캐나다 시민권자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한국에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3년간 200여 명의 한국직원을 뽑았고, 이들과 함께 게임개발에 쏟은 비용만 줄잡아 10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포부는 누리엔을 국내 벤처기업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시켜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성공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 해외 언론들 "환상적이다" 극찬
이들의 노력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바 있다.
누리엔은 지난달 말 열린 '엔비전(NVISION) 2008' 행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컴퓨팅 기업에게 수여되는 '베스트 이머징 컴퍼니(Best Emerging Company)'로 선정됐다. 또한, 엔비전 2008 행사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에 함께 참여해 누리엔 아바타를 이용한 실감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퍼포먼스는 세계의 언론들이 극사실적인 비주얼을 활용한 누리엔의 소셜 네트워킹 게임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됐다. 기조연설에 참석한 관객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움직이는 아바타를 지켜보고 "환상적"이라고 탄성을 쏟아냈다.
세계적인 비디오 칩 제조회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대표는 "실제 내 모습과 똑같은 아바타를 눈앞에서 보니 당황할 정도"라면서 "뛰어난 비주얼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누리엔은 제2의 페이스북이 될 가능성을 가진 차세대 3D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게임의 기본 틀이 '아바타' 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은 다종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처럼 소액 결제가 중심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김태훈 대표)이 뿐 아니다. 앞으로 아바타 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세컨드 라이프'가 그랬듯 게임 안에 광고를 넣겠다는 기업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과연 누리엔이 이 같은 전망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게임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