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한두 끼 굶으면 낫는다?

  • 입력 2008년 5월 19일 03시 01분


■ 감염균 따라 치료법 달라

식중독은 감기만큼 흔한 질환이다.

필수 예방법도 손 씻기, 끓여 먹기, 익혀 먹기 등으로 단순한 편이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 질환이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대 도시 거주자 중 16%가 1년에 1회 이상 식중독을 앓았다.

식중독의 계절인 여름이 오기 전 꼭 알아둬야 할 식중독 지식에 대해 알아봤다.

○ 4대 도시민들도 16%가 1년에 1번 이상 걸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걸리는 식중독은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이다. 보건 당국 조사에 따르면 식중독 원인 중 노로바이러스가 19.0%로 가장 많고, 병원성 대장균(12.2%), 살모넬라균(8.2%), 황색포도상구균(7.5%), 장염비브리오균(6.5%) 순으로 나타났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리면 복통, 구토,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구토와 설사는 소화기관이 몸 안에 들어온 독소를 내보내기 위해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굳이 억제할 필요는 없다.

황색포도상구균 식중독에 걸리면 구역질이 나고 몸살에 걸린 것처럼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상처가 났을 때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균으로 상처가 났거나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조리했을 때 오염되기 쉽다.

이질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설사와 복통이 심하고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온다. 설사 속에 끈적이는 점막이 섞여 나온다.

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리면 일반 식중독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다리 등에 수포가 생겨 피가 나고 열이 심하게 난다. 비브리오는 바다에 사는 세균으로 여름에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빨리 번식해 바다 생물을 오염시킨다.

이 식중독은 어패류 등을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었을 때 걸리기 쉽다. 특히 간경화, 당뇨 등으로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 2, 3일 지나도 호전 안 되면 진찰을

식중독에 걸려 복통, 설사, 구토가 일어나면 일단 한두 끼 굶는 것이 최상이다.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신다. 물에 소금이나 설탕을 조금 타서 마시면 몸속의 전해질 균형이 깨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정장제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정장제는 소화액 분비와 위장 운동을 촉진하는 약품이다. 일반의약품으로 의사의 진단서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식중독은 2, 3일 지나면 대개 괜찮아진다. 이 기간이 지나도 증세가 가라앉지 않으면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한다.

이질에 의한 식중독은 항생제로 치료해야 하므로 즉시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좋다. 특정 음식을 먹은 후 배가 아프고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면 이질 식중독일 가능성이 크다.

비브리오에 의한 식중독도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당뇨 환자가 생선회 등을 먹고 다리가 붓고 빨개지면 비브리오 식중독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간다.

○ 대부분 음식점-급식소에서 감염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식중독에 걸린다. 지난해 병의원 및 보건소에서 식중독 치료를 받은 환자 중 35.9%가 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식중독에 걸렸다고 답했다. 이어 학교 급식소 32.0%, 기업 급식소 14.8%, 가정집 1.5% 순이었다.

음식점에서 식중독에 걸리지 않으려면 위생 상태가 좋은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보건 당국은 위생관리를 잘하는 업소에 대해 식품위생법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모범업소’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3만5000여 개의 음식점이 모범업소로 분류되고 있다. 모범업소인지를 알려면 음식점 앞에 ‘모범업소’ 표지가 붙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가정에서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손을 깨끗이 씻고, 날음식과 조리된 음식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한다. 행주와 수세미는 1주일에 2, 3번 고온 살균한다. 간 질환자 등 면역 기능이 약한 사람은 날음식을 먹지 않도록 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뿐 아니라 식중독 환자가 만진 물건 등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려면 식중독 환자의 옷, 이불 등을 세탁한다.

(도움말=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청 식중독예방관리팀)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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