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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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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춘수의 시 ‘꽃’의 한 대목이다.
인간의 얼굴도 꽃과 같다. 남이 봐주기 전에는 신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선조들은 얼굴을 ‘얼’(정신, 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로 봤다. 얼굴에 그 사람의 정신세계까지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고 여겼다. 얼굴을 뜻하는 영어 단어 ‘face’는 널빤지를 가리키는 라틴어 ‘파키에스(facies)’에서 유래했다. 파키에스는 ‘보다’란 의미도 갖고 있다. 내가 남을 보고 남이 나를 보는 신체 부위가 바로 얼굴이다.
얼굴은 미추(美醜)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어떤 얼굴이 아름답고 어떤 얼굴이 추할까.
15세기 초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체 30여 구를 분석해 ‘그로테스크(grotesque·괴상한) 얼굴’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그로테스크한 요소로 돌출된 턱, 주걱턱, 매부리코, 이가 빠진 얼굴, 쭈글쭈글한 뺨, 축 늘어진 아랫입술, 처진 눈꺼풀, 생기 없는 눈동자 등을 꼽았다. 그가 이 분석을 바탕으로 그린 ‘노파’는 추녀의 표상으로 꼽힌다.
이 그림을 들여다보면 어려 보이고 부드러운 외모가 ‘미(美)’이고 나이 들어 보이고 투박한 인상을 주는 외모는 ‘추(醜)’란 생각이 든다. 미인은 광대뼈가 도드라지고 턱이 좁으며 눈이 더 크다. ‘동안(童顔)’의 특징이다. 미인으로 보이려면 ‘어린 얼굴’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1990년대 중반 ‘조막만 한 얼굴’, 90년대 후반 ‘콤팩트디스크(CD)로 가려지는 얼굴’, 2000년대 후반 ‘V라인 얼굴’…. 30cm 남짓한 길이의 얼굴을 두고 욕망에 넘치는 표현이 적지 않다.
올해 들어 얼굴에 대한 욕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작고 좁은 얼굴은 물론이고 가로 세로 길이의 비율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동안’의 기준이 더욱 엄격해진 셈이다. 동안이 ‘백텐(Back Ten)의 꽃’이 되고 있다. ▶dongA.com에 동영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이진호 동아닷컴 객원기자
1대1대0.8+볼륨있는 얼굴
어려보이는 그녀가 예뻤다
영어 표현 ‘롱 페이스(long face)’를 단어 그대로 번역하면 긴 얼굴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울상’ 또는 ‘침울’이란 의미로 자주 쓰인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눈썹과 입이 아래로 처지면서 얼굴이 길어 보이기 때문이다. 길어 보이는 얼굴은 즐겁거나 행복한 느낌을 주는 얼굴형은 아니라는 얘기다.
○ 신윤복의 ‘미인도’ 속 미인은 동안(童顔)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조각품에서 드러나듯이 갸름한 모양을 완벽한 얼굴형으로 쳤다. 그리스의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의 작품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의 얼굴은 달걀형이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라파엘로의 그림에 등장하는 미녀들의 얼굴도 대개 갸름한 동안이다. 달걀형 얼굴은 조명을 잘 받고 모든 각도에서 대칭 구도여서 완벽해 보인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에 나타난 미인의 눈과 코, 입 생김새는 21세기 미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얼굴형만은 아래 얼굴이 짧고 얼굴 윤곽이 부드러운 전형적인 ‘동안’이다.
동안은 이마 끝에서 눈썹까지의 ‘위 얼굴’, 눈썹에서 코끝까지의 ‘가운데 얼굴’, 코끝에서 턱 끝까지의 ‘아래 얼굴’의 비율이 ‘1 대 1 대 0.8’이다. 아랫부분이 짧으면서 전체적으로 작은 얼굴이다. 이 비율은 뼈와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아기 얼굴의 비율과 같다. 그래서 동안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 비율만으론 동안이 될 수 없다. 입체감 있고 볼륨 있는 얼굴이야말로 어린 느낌이 나는 동안이다.
정면에서 봤을 때 얼굴의 옆선이 울퉁불퉁 하지 않고 부드러워야 한다. 옆모습은 이마와 양볼에 볼륨이 있고 턱 끝이 또렷해야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이 된다.
○ ‘동안 성형=광대뼈 수술+V라인 수술’
미국에서 유행하는 ‘동안 성형’은 보형물을 넣어 볼 부위를 도드라지게 만드는 수술이다. 눈 아래 볼 부위에 볼록하게 볼륨을 넣으면 얼굴이 더 작아 보이고 어려 보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에서도 광대뼈 성형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대부분 튀어나온 광대뼈를 잘라 안으로 밀어 넣어 그 부위를 밋밋하게 만드는 수술이다. 어리고 젊게 보이는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
동안을 만들기 위해 ‘광대뼈 수술’과 함께 ‘V라인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V라인 수술은 턱의 각진 부분을 잘라내고 턱 끝의 폭은 좁히면서 길이는 줄여 작고 갸름한 얼굴로 만든다.
광대뼈 수술은 앞쪽으로 도톰하게 보여 볼륨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옆으로 튀어나온 광대뼈를 집어넣는다. 정면에서 봤을 때는 갸름하며 옆에서 봤을 때는 앞쪽으로 도톰하게 살짝 나와 보이도록 만들어 입체적이고 볼륨 있는 얼굴을 만든다. 정육면체인 얼굴을 달걀 모양의 얼굴로 바꾸는 셈이다.
○ 아기 때 모습으로 돌아가자
긴 얼굴인 주걱턱은 13∼20세 성장기에 아래턱이 과도하게 발달하면서 턱이 길어지고 앞이나 옆으로 튀어나온 형상이다. 주걱턱은 위턱과 아래턱을 잘라 안쪽으로 밀어 넣는 ‘양악수술’로 교정이 가능하다. 치아와 연결돼 있다 보니 대부분 치아교정을 동반한다.
수술을 먼저 하고 치아교정을 나중에 하는 ‘선 수술 후 교정’과 치아교정을 먼저 하고 수술을 나중에 하는 ‘선 교정 후 수술’ 방법이 있다. 주걱턱의 정도와 치아 상태에 따라 수술 순서가 달라진다.
최초의 주걱턱 수술은 1907년에 외과의사 블레어가 시행했다. 이는 오늘날의 주걱턱 수술과는 크게 달랐다. 입 안이 아닌 입 밖에서 피부를 절개했고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 마취를 했다. 수술 결과는 좋지 않았고 부작용도 심했다.
현대판 주걱턱 수술은 1955년 스위스 의사 오베게서가 개발했다. 아래턱의 각진 부분과 턱관절 중간 부분의 위쪽과 아래쪽에서 각각 뼈를 잘라 두 뼈를 이어주는 방법이다.
주걱턱 수술은 치아교정 기간을 포함하여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성형수술 가운데 시간이 가장 많이 들지만 환자의 만족도가 큰 수술이다.
박상훈 아이디(id)성형외과 원장은 “주걱턱 수술은 얼굴 모습이 획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최소 10년 이상 어려 보이는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주걱턱 수술을 통해 턱이 짧아지고 들어간 자녀의 얼굴을 본 부모들은 ‘마치 아기 때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이목구비의 모양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얼굴형은 뼈의 성장과 함께 크게 달라진다. 이 변화를 되돌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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