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대신 목발 잡을라… ‘안전한 스릴’즐기는 법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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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효섭(35) 씨는 겨울철에는 주말만 되면 스키장에서 산다. 설원에서 스키를 만끽하는 즐거움이야 어디에도 비할 바 없지만 갔다 오면 여기저기 쑤시는 곳 투성이다. 지난해에는 스키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손을 잘못 짚어 손목에 금이 가기도 했다. 스키,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은 “빠른 속도감이 주는 스릴이 최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겨울스포츠는 부상의 위험도 큰 편이다. 푹신한 눈밭에서 넘어지면 부상을 당하고도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상처가 덧나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강현 연세대 원주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매년 스키장을 찾는 인구 1000명당 4, 5명꼴로 부상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스키는 무릎, 스노보드는 손목 조심

겨울스포츠에서는 낙상, 충돌로 인한 관절 부상이 가장 많다.

국내 대다수 스키장은 좁은 슬로프에서 과도하게 많은 인원이 타다 보니 충돌 위험이 높다. 초보자는 자신의 실력보다 난도가 높은 슬로프에서 타다가 속도 조절을 못해 자주 부딪친다. 상급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가 근육통이나 미세골절이 잘 발생한다. 부상 사고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생긴다.

스키를 탈 때는 무릎, 발, 머리, 손과 손가락, 어깨 순으로 다치기 쉽다. 스노보드는 손목, 발목, 무릎, 머리 순으로 부상이 많이 발생한다.

스노보드의 손목 부상이 많은 이유는 스키처럼 체중을 받쳐 주는 폴을 사용하지 않아 균형을 잃고 넘어질 때 손목으로 땅을 짚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키에서는 무릎 전방 십자인대 손상이 흔하다.

고용곤 경기 부천시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넘어질 때 스키가 분리되지 않아 무릎이 돌아 연골이나 십자인대가 다치기 쉽다”면서 “인대 손상은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지므로 일단 무릎에 통증이 있다면 병원에서 자세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넘어지는 기술도 중요

스키와 스노보드 부상은 넘어질 때 자주 생기므로 안전하게 넘어지는 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횡방향으로 몸을 기울이고 언덕 쪽으로 손을 짚고 넘어지는 것이 좋다. 스키를 타다 넘어질 때는 폴을 과감히 버리고 손은 스키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다리를 모으도록 노력한다. 확실하게 넘어지는 것이 좋으며 무리하게 몸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머리 및 척추 손상이 의심스러울 때에는 절대 안정이 필수다. 전문 구급요원이 응급처치를 할 때까지 환자를 이동시키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목뼈를 다쳐 반신마비가 되거나 뇌손상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하므로 보호용 헬멧을 쓰는 것이 좋다. 스노보드에서 잘 생기는 손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헬멧과 손목보호대를 착용하는 사람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눈 뭉쳐서 부상 부위 차갑게

겨울스포츠를 즐기다가 손목, 발목 관절을 다치면 주위가 부어오르고 통증을 느끼며 해당 관절을 움직이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시간이 경과하면 시퍼렇게 멍이 든다.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4, 5일 후 부기와 통증도 가라앉는다.

손목, 발목을 삐끗했다면 즉시 스키장 눈을 뭉쳐서 부상 부위를 차갑게 식혀 주고 머플러로 부상 부위를 감아 고정시켜 준다. 삔 부위가 붓는 것을 막으려면 발목의 경우 다리를 들어 올리고, 손목은 가슴 높이까지 올린다.

삔 부위는 처음에는 냉찜질을 해주고 2, 3일 지나면 온찜질로 바꿔 줘야 부종과 염증을 줄일 수 있다.

허리가 삐끗하거나 엉덩방아를 찧어 허리 아래를 움직이기 어려울 때는 손가락, 발가락 등을 움직여 몸의 근육이 굳지 않도록 한 후 안전요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때 아픈 부위를 손으로 주무르지 말아야 한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충격을 받은 부위가 다음 날 움직여도 아프다면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금이 가거나 인대에 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통증이 지속되며 악화될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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