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먹어야” vs “덜 먹어야” 비타민 복용량 ‘논쟁 중’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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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비타민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비타민제의 남용으로 오히려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아니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더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비타민이 쉽게 고갈된다. 인위적으로라도 보충해야 한다.” 참살이(웰빙) 열풍이 불면서 비타민제는 한국인의 생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돼 버렸다. 하루 한두 알의 비타민을 먹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일부에선 몇 종류의 비타민제를 한꺼번에 복용하기도 한다. 비타민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고급 원료를 사용했다는 ‘명품 비타민’까지 쏟아지고 있다. 하루에 10개 이상 비타민제를 먹는, 이른바 ‘비타민 마니아’를 주변에서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과연 그렇게까지 많은 비타민을 섭취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비판론이 있는 반면 비타민 결핍론도 만만치 않아 소비자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의사도 찬반 팽팽=대부분의 의사는 “적절한 섭취는 권장하지만 남용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비타민제를 많이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견해를 옹호하는 의사들은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패스트푸드와 같은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비타민제를 적극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희철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시중에 파는 비타민제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별로 없으며 많이 먹어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비타민 전문가인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이왕재 교수는 “감기 예방에 비타민C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비타민C가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감기 초기에 비타민C를 많이 먹으면 감기를 미리 잡을 수 있다는 것. 이 교수 자신도 환절기에는 비타민C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비타민제 복용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27년간 의사생활을 하는 동안 비타민 결핍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비타민제가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 비타민이 부족한 현대인은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나는 비타민제를 먹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비타민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오히려 병에 걸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 및 무기질 과잉섭취 시 부작용
종류발생 가능한 부작용
비타민A임신부가 하루 4500μg 이상 섭취하면 태아에게 기형 발생 가능성 증가
비타민D성인이 하루 60μg 이상 섭취하면 고칼슘증 위험
비타민E성인이 하루 640mg 이상 섭취하면 비타민K의 기능 방해 위험
비타민B6성인이 하루 500mg 이상 섭취하면 신경장애 발생 가능성
비타민C성인이 하루 3000mg 이상 섭취하면 속쓰림, 설사 등 증세 나타나기도 함
칼슘성인이 하루 5000mg 이상 섭취하면 알칼리증후군 위험 증가
성인이 하루 60mg 이상 섭취하면 위장 장애와 변비 위험 증가
아연비타민B12 결핍환자가 하루 5000μg 이상 섭취하면 신경증세 진행 위험
자료: 한국영양학회, 한국영양인섭취기준위원회 2005

▽“남용은 위험” 한목소리=비타민제 섭취를 찬성하는 의사들도 남용할 경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5월 한국영양학회와 공동으로 16종류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많이 섭취할 경우 위험하다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임신부가 비타민A를 하루 4500μg 이상씩 섭취하면 태아의 기형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타민C를 하루 3000mg 이상 섭취하면 배가 더부룩하고 속이 쓰리거나 설사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셀레늄은 하루 850μg 이상 섭취하면 탈모 등 셀레늄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철분보충제를 하루 60mg 이상 섭취하면 위장장애와 변비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란 식약청 건강기능식품규격팀장은 “식품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면 아무리 먹어도 권장섭취량을 넘어서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비타민제를 추가로 섭취할 경우 상한 섭취량을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비타민, 알고나 먹자=그래도 비타민을 먹겠다면 기본 상식부터 갖춰야 한다.

비타민은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나눈다. 수용성인 비타민B군과 C군 제제는 하루 필요량 이상 먹어도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체내에 쌓이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대체로 많이 먹어도 큰 부작용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지용성인 비타민A, D, E, K 제제는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난다. 잉여 비타민이 간과 지방조직에 저장돼 건강한 사람이라도 피로감과 두통, 설사, 구역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모든 비타민이 들어 있는 종합비타민제를 먹을 경우 하나만 먹어야 한다. 여러 종류를 먹으면 지용성 비타민이 과도하게 체내에 저장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천연 원료를 사용했다는 이른바 ‘천연 비타민제’가 화학 비타민제보다 더 좋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의사들은 비싼 돈을 주고 천연 비타민제를 사기보다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는 화학 비타민제가 더 좋을 듯하다고 말한다.

성인용 비타민제를 2등분, 또는 4등분해서 아이에게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들은 평소 식사에서 모자란 부분만 따로 보충해 주는 게 좋다. 가령 우유나 고기를 싫어한다면 칼슘과 철분 영양제를 먹이는 식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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