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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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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관절로는 금속으로 된 공과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컵 형태의 보형물(비구컵)을 사용한다. 뼈를 지지하는 비구컵에 금속 공이 베어링처럼 맞물리며 뼈마디를 부드럽게 이어 주는 것. 그러나 10년 정도면 비구컵이 다 닳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의 노영창 박사는 닳지 않는 비구컵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마모에 강한 반영구적인 비구컵을 만드는 비밀은 방사선에 있다.
플라스틱이나 고무 같은 고분자물질은 방사선을 쬐면 열에 잘 견디고 마모되지 않는 성질이 생긴다. 고분자 물질 내부의 실 모양 구조가 그물망 모양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노 박사는 “비구컵이 녹을 정도로 열을 가하고 방사선을 쪼인 뒤 수천만 번 마찰 실험을 한 결과 마모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며 “한 번 수술하면 평생 쓸 수 있을 정도로 인공관절의 수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05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동위원소콘퍼런스’에 발표됐고 최근 국내에서도 특허로 출원됐다.
방사선을 이용하면 번거롭게 화학약품을 처리하지 않고 물질의 성질을 쉽게 바꿀 수 있다. 또 방사선 처리 과정에서 살균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의료용 재료를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다.
노 박사팀은 이런 이점을 살려 방사선으로 처리한 의약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2001년 수용성 고분자를 방사선 처리해 상처나 화상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겔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아토피 피부염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겔을 합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ut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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