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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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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환자’ 가장 많아=2005년 불안 환자가 전체 정신장애의 39.4%(67만3042명)를 차지했으며 이어 기분장애(31.8%), 정신분열병(6.9%), 행동증후군(6.6%), 치매 등 기질성 장애(5.0%) 등의 순이었다.
불안환자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대부분 두통, 복통, 호흡곤란, 흉통 등 각종 신체증상을 호소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불안 환자들은 다른 신체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오해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이른바 ‘의료쇼핑’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진료 건수와 진료비가 가장 많은 정신장애는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을 보이는 기분장애였다. 이 장애는 전체 진료 건수의 39.8%(245만3517건)를, 전체 진료비의 29.9%(1780억6019만2000원)를 차지했다.
정신의학자들은 불안감이 극단의 감정상태로 치달을 경우 기분장애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아이들이 위험하다=5년간 진료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어린이 행동 및 정서장애’다. 정신장애 전체 증가율 58.7%를 크게 웃돈 147.9%였다. 환자 수도 2001년 4만2297명에서 2005년 7만1808명으로 69.8%나 증가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틱 장애 등이 이 분야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한 아이 가정’이 늘면서 부모의 과잉보호가 정신장애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심한 불안 및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 및 정서장애인 ‘정신발육 지체’와 ‘정신발달장애’를 합치면 어린이 정신장애 환자는 2001년 6만7065명에서 2005년 10만8306명으로 61.5%가 늘었다. 진료 건수는 무려 113%가 늘었다. 진료비도 132%나 증가했다.
▽정신장애는 돈 먹는 하마=정신장애는 다른 질환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컸다.
2005년 한 해에만 170만6845명이 정신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병·의원을 찾았다. 이들은 연간 1인당 평균 3.6회 진료에 34만9200원을 썼다. 전체 질환 환자는 1인당 평균 8.5회 진료에 38만7400원을 써 진료 횟수는 많았지만 총액에 큰 차이가 없었다.
알코올의존증이나 약물 사용으로 인한 정신장애의 1회 진료비가 가장 많았다. 이들 환자는 전체 질환 환자의 1회 평균 진료비인 4만5500원의 9배가 넘는 41만4700원을 지출했다. 연간 진료비는 우울증 등 기분장애 환자가 가장 많이 썼다. 이들은 1인당 평균 151만2600원을 지출했다.
원인불명의 정신장애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2001년 1250명이었지만 2005년 3684명으로 증가율이 194.7%였다. 원인이 알려진 정신장애 가운데 최고 증가율을 보인 행동증후군의 2배에 가깝다.
▽왜 늘어나나=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과거에 비해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들면서 관계가 단절되고 억눌린 감정을 터뜨릴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신장애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e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이뤄지지 않는 인터넷 문화도 업무 중심의 생활을 부추겨 ‘관계 단절’을 일으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회문화도 한 원인이다. 기업에선 공동체적 문화가 사라지고 경쟁주의, 성과주의가 횡행해 직장인이 과거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됐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한국인의 특성도 정신장애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화병’을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상대방에게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가슴에 쌓아 둠으로써 나중에 더 큰 병으로 만드는 것이다.
혼자 감추고 무시하면 병 키울수도…상담센터-병원 찾아 초기에 치료를
주부 우모(60·경기 의정부시 용현동) 씨는 며칠 전 직장에 있는 아들과 남편에게 전화해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에 뒤숭숭하던 찰나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자 인근 부대가 전쟁 훈련에 들어갔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이 폭발음은 불꽃놀이 소리였다.
대한불안의학회는 5월 전국 6대 도시에 사는 1000명을 조사한 결과 25%가 불안 증세를 보인다고 추정했다. 보통 사람들도 느끼는 불안감과 불안장애의 경계선이 모호해 병적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게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이다.
이런 사람들이 무료로 정신장애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전국 각지에는 137개의 정신보건센터가 있다. 상담을 받고 싶으면 정신보건센터 대표 전화번호인 1577-0199로 전화하면 된다. 발신 번호가 찍힌 지역에 따라 전화가 자동으로 해당 지역의 정신보건센터 또는 보건소, 병원으로 연결돼 전문 요원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서울시정신보건네트(www.seoulmind.net)처럼 인터넷 실시간 상담을 하는 곳도 있다.
올 상반기 정신보건센터를 이용한 상담자는 2만551명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상담자의 60%에 해당해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담자의 연령대와 직업은 다양하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45세가 정년)이란 유행어가 보여 주듯 이들 가운데는 경쟁에서 낙오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을지병원 신경정신과 신홍범 교수는 “점차 다방면에서 완벽한 일처리를 하는 ‘멀티 태스크형’ 인간이 각광받다 보니 사회적인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모두가 정신장애를 겪지는 않는다. 전북대 정신과 정상근 교수는 “스트레스를 자기 나름대로 관리하는 요령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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