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흠흠’하며 헛기침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목에 통증도 생겼다.
월요일에는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목요일 또는 금요일에는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진다.
가끔 감기에 걸릴 때도 꼭 목감기만 걸린다.》
○ 술-커피 등 탈수 유발 음식 피해야
김 씨는 “나도 젊었을 때는 목소리가 괜찮았는데 너무 많이 써서 지금은 다 망가졌다”고 한탄하는 선배 교사들을 많이 봐 왔다. 김 씨도 어느덧 13년차 교사다. 이제는 선배들의 ‘넋두리’가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김 씨 역시 초년 교사 시절보다 지금의 목소리가 더 쉰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던 김 씨는 21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남순열 교수를 찾았다.
남 교수는 김 씨의 목 주변을 먼저 살폈다. 갑상샘(갑상선)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피기 위해서다. 때로 갑상샘 이상으로 목에 통증이 생기고 목소리가 상하기도 한다. 다행히 김 씨는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어 후두내시경 검사를 실시했다.
“많은 교사가 성대 결절이나 폴립으로 병원을 찾죠. 아직 그 정도로 악화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일반인보다 성대가 부어 있고 성대 뒤쪽으로 위산 역류로 인한 후두염 증상이 보이네요.”(남 교수)
목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사람의 상당수가 김 씨처럼 위산 역류로 인한 후두염 증상을 함께 보인다. 식도까지 역류한 위산이 성대에 자극을 주는 것. 이 경우 특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목에 이물감이나 통증이 더 많이 느껴진다.
“심한 편인가요?”(김 씨)
“아직까지는 ‘주의’ 단계입니다. 관리를 비교적 잘 했어요. 어떻게 목을 관리했죠?”(남 교수)
“사석에서는 말을 아껴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말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그 대신 다른 곳에서는 말을 안 하는 거죠.”(김 씨)
김 씨의 대처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목소리 보호를 위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끼는 게 최선의 방법. 그러나 평소에 무엇을 자주 먹는가도 중요하다.
“평소 식습관을 알아볼까요? 물을 많이 드시는 편인가요?”(남 교수)
“물은 잘 안 먹는 편이고요. 그 대신 귤이나 녹차를 많이 먹어요. 목을 생각해서 커피는 잘 안 마십니다.”(김 씨)
“그렇다면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탄산음료, 커피, 녹차나 귤 등 신 음식은 목에서 수분을 앗아가죠. 수업 중간에 물을 마셔 항상 수분을 보충해 주세요.”(남 교수)
○ 앉을 때 고개 약간 숙이는 게 좋아
평소 자세나 습관도 목 건강에는 매우 중요하다. 가령 김 씨는 대화를 할 때 상당히 높은 톤으로 말하고 있었다. 물론 김 씨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남 교수는 성대를 악기의 줄에 비유했다. 팽팽할수록 고음이 난다는 것. 성대를 느슨하게 해 줘야 부기도 가라앉고 결절이나 폴립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꼿꼿하게 목을 세워 말해서는 안 된다. 자신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기 때문에 성대에 자극이 간다. 편안하게 한숨을 내쉬거나 하품을 하는 것처럼 말을 하라는 게 남 교수의 처방. 남 교수가 김 씨의 자세를 바로잡아 줬다.
“몸에서 힘을 빼고 편히 앉아 보세요. 다음에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턱을 살짝 내민 자세로 말을 해 보세요. 그렇게 하면 목소리의 톤이 내려갑니다. 자, 이제 소리를 ‘아∼’ 하고 내 보세요. 톤이 훨씬 낮아졌죠?”(남 교수)
30분에 걸친 상담은 끝났다. 그리고 김 씨가 배운 것은 ‘결국 평소 관리가 목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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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코로 들어간 공기는 성대가 있는 후두를 거치고 난 뒤 기도→기관지→폐로 들어간다. 이어 공기는 숨을 내쉬면서 밖으로 나가는데 이때 성대를 진동시켜 소리를 만든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말을 많이 하거나 회식 때 무리하게 노래를 여러 곡 불렀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성대는 평소보다 진동을 많이 한다. 점막은 충혈 되고 부어오른다. 결국 성대가 손상되는 것. 목소리가 쉰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쉰 목소리는 하루 이틀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비슷한 자극을 여러 번 반복하면 성대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일단 목이 상하면 말을 아끼는 게 치료의 제1 원칙이다. 그리고 증상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거나 수술을 결정하기도 한다.
목의 통증은 꼭 말을 많이 해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환절기에 감기에 걸려 목이 아픈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인두염과 편도염, 후두염 등도 목 통증의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실내 생활을 많이 하는 직장인의 경우 사무실 환경 때문에 목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 두통과 전신무기력, 발진, 충혈 등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를 통틀어 ‘빌딩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사무실 오염이 목 건강을 해친다는 얘기가 된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갖춰 놓고 생활하는 게 좋다. 온도는 22도, 습도는 50% 정도를 유지하도록 하자.
남순열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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