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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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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강당. 학부모들을 상대로 척추측만증에 대한 강의가 열렸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강사는 “자세 교정을 빨리 해야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의를 다 듣고 난 뒤 40대의 한 여성은 “의사의 말을 듣고 척추측만증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엔 앞서와 너무 다른 대학병원의 풍경. 16세 된 딸을 데리고 온 엄마는 “척추가 35도나 휘었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의사는 “이미 성장이 끝났으니 더는 해 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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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엄마는 “허리가 저렇게 휘었는데 가만히 놔두라는 것이냐”며 교정치료를 해 주지 않는다며 의사를 원망했다.
같은 병을 두고 한쪽에서는 빨리 교정하라고 하고, 또 한쪽에서는 그냥 두라고 한다. 왜 이렇게 시각이 다를까? 겨울방학을 앞두고 척추측만증 자녀의 치료를 고민하는 부모는 혼란스럽다.
○ 신체검사가 걱정 키운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교수는 “학교 신체검사에서 척추측만증으로 진단받는 아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괜한 걱정만 키우고 있다는 것.
척추측만증은 말 그대로 허리가 옆으로 휘는 병. 간단한 X선 검사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선천성이거나 소아마비, 뇌성마비 등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경우를 뺀 90%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척추측만증이 심하면 심폐기능이 떨어져 사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한다. 소아마비나 뇌성마비 합병증으로 인한 측만증이 아니라면 그런 경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의 문헌에 따르면 심폐기능 장애가 생긴다 해도 5세 이전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돼 있다. 폐가 다 자란 5세 이후에는 설령 100도 가까이 척추가 휘어도 심폐기능 장애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 20∼40도 휘면 보조기 착용
환자 나이에 상관없이 휘어진 정도가 20도 미만이라면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관찰’만 하는 게 정답이다.
답답한 마음에 부모들이 교정치료를 원하지만 효과는 없다. 넓적한 얼굴을 매일 눌러준다고 갸름해지지 않는 것처럼 휜 척추도 교정치료를 했다고 펴지지는 않는다.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조재림 교수는 “잘못된 교정치료로 인해 쓸데없이 병을 악화시켜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환자 중에는 양쪽 다리길이를 맞추는 등 각종 교정치료를 받은 뒤 나중에 척추가 더 휘어 병원을 찾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
20∼40도 휘었다면 보조기 착용을 고려한다. 그러나 이미 성장이 끝난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 여자 아이의 경우 생리를 시작한 지 2년 이내까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외의 경우는 여전히 관찰 외에는 방법이 없다.
○ 40도 이상이면 수술 고려를
40도 이상 휘었다면 비로소 수술을 고려한다. 일부 의사들은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30도 이상 휜 아이들은 전체 환자의 0.08%에 불과하다. 실제 수술을 해야 할 환자는 극히 미미하다는 얘기다.
외관상 문제 때문에 수술을 결심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그러나 수술은 잘못할 경우 신경계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조 교수는 “보조기를 착용했는데도 계속 휘어지거나 휘어지면서 변형이 심할 경우 수술을 검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술은 보통 2, 3회 한다. 척수신경을 제외한 뼈, 인대 등을 먼저 제거한 뒤 뼈를 골반 등에서 떼어내 모자란 척추를 채워 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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