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달째 콜록콜록… 알고 보니 콧병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코멘트
《“콜록 콜록 콜록.” 회사원 이모(35·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벌써 한 달째 기침을 달고 산다. 처음엔 감기에 걸렸거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잘 낫질 않는다. 그렇다고 열이나 가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철이면 누구나 한번은 감기로 고생한다. 그런데 감기로 시작된 기침이 이 씨처럼 한 달 이상 계속되는 사람이 있다.》

만성기침이다. 3주 이상 계속되는 기침을 말한다. 이는 단순한 감기를 넘어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합병증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한 것은 기관지염으로 몇 주씩, 아니 몇 달씩 치료를 해도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폐병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만성기관지염 폐결핵 폐종양 등 폐에서 기인하는 만성기침은 전체 원인의 10%에 불과하다. 만성기침이 생길 수 있는 대표적 원인에 대해 알아봤다.

○ 목으로 넘어가는 콧물

만성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환자의 40%가 이에 해당된다. ‘후비루 증후군’으로 불린다. 코에서 목뒤로 넘어가는 콧물이란 뜻. 콧물이 목 뒤에 위치한 기침 수용체를 자극해 기침을 유발한다. 이는 주로 알레르기 비염, 부비동염 등과 연관되어 발생한다.

평소 목 뒤에서 이물감을 느끼거나 코가 막히는 증세가 보일 수 있다. 이때 반복되는 콧물의 자극으로 목 뒤의 점막이 자갈 모양으로 변한 것을 병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부비동 방사선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 후비루 증후군은 밤에 누워 있을 때 증세가 더 심해지며 장기간 방치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연속적인 기침과 많은 양의 가래가 나온다. 근본 원인이 되는 비염이나 부비동염을 치료해야 증세가 좋아진다.

○ 천식도 만성기침 유발

흔히 천식하면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숨이 찬 모습이 연상되지만 단순히 기침만 하는 경우도 많다. 만성기침 환자의 30∼40%가 이에 속한다. 이때 하는 기침은 가래 분비가 많지 않다. 마른기침만 나온다고 해서 ‘기침이형천식’이라고 불린다.

감기나 원인 알레르기에 노출돼 기도염증이 악화될 때, 혹은 운동을 하거나 찬 공기에 노출됐을 때 악화된다. 기침이형천식은 계절에 상관없이 생기기도 하며 호흡곤란을 일으키지 않아 병원을 찾는 일이 없어 병원에서도 진단하기 힘들다. 치료는 일반 천식과 동일하게 기관지 확장제, 데오필린,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사용한다.

○ 위식도 역류로도 유발

목으로 음식물이 넘어갈 때 일부가 기도로 잘못 흘러들어 가 기침을 유발한다. 이를 위식도 역류라고 부른다. 만성기침 환자의 10∼21%를 차지한다. 위식도 역류로 인해 기침 이외에 신물이 올라오거나 목이 쉬고 가슴이 아프거나 잠을 잘 때 무호흡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증세 없이 오는 경우도 절반이 넘는다. 천식을 동반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위식도 역류에 의한 만성기침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위식도 역류가 기침을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 치료는 역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생활습관 교정이 먼저다.

즉 식사 뒤 2시간 내에 눕는 것은 피한다. 과식을 피하며 평소 먹는 양의 80% 정도 섭취하며 잘 때 베개를 높인다.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는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피한다. 흡연이나 박하향, 초콜릿도 역류를 증가시킨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조상헌 교수,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김호중 교수)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감기-기관지염 증세 비슷 영유아 천식 체크하세요▼

‘영유아 천식은 감기나 기관지염과 증세가 비슷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는 영유아 천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의 편안한 숨쉬기’란 주제로 ‘2005 영유아 천식 메타포럼’을 개최했다.

국내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0∼14세의 소아 천식 환자는 현재 32만 명. 이 중 0∼5세의 영유아 환자는 23만 명에 이른다. 특히 전체 어린이 가운데 2세 미만의 15%, 2∼5세의 17%가 영유아 천식을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5세 이하의 어린이의 천식은 일반적인 소아 천식과 다르게 호흡기 바이러스가 천식을 일으키거나 증세를 악화시키는 주원인. 학회에 따르면 영유아 천식 증세 악화의 80% 이상이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는 것.

영유아 천식 환자의 60∼70%는 성인이 되어도 증세가 지속되고 성인기에 폐 기능이 20% 정도 감퇴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쌕쌕거리거나 기침 또는 숨찬 증세가 있으면 천식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감기에 걸리면 꼭 기침을 하고, 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되며,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염을 동반해도 한번쯤은 천식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부모가 천식을 앓은 적이 있고 산모가 흡연을 하거나 우유 달걀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때도 천식 발병 가능성이 크다.

천식 치료제로는 흡입제와 먹는 약물이 있다. 최근에는 과일 맛이 나는 씹어 먹는 약물이나 밥 죽 등에 섞어 먹을 수 있는 과립형 제제 등 다양한 약물이 나와 간편하고 거부감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예방법으로는 환절기 혹은 동절기에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본격적인 겨울이 닥치기전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도록 한다. 천식은 기도의 만성적인 염증이 원인이므로 증세가 없더라도 염증을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도움말=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규언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