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으로 작동 배터리 개발… 새 당뇨키트 나온다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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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한 방울로 전기를 생산하는 획기적인 초소형 배터리가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개발됐다.

이 배터리에 바이오센서를 장착하면 누구나 집에서 당뇨 등 질환의 발생 여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어 관련 업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생명공학·나노기술연구소 이기방(43·사진) 책임연구원은 소변 한 방울(0.2mL)로 작동하는 길이 6cm, 폭 3cm, 두께 1mm의 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영국물리학연구소가 발행하는 ‘미세역학과 미세공학 저널(JMM)’ 15일자에 게재됐으며 미국 워싱턴타임스, 영국 텔레그래프, 프랑스 르몽드 등 전 세계 주요 언론과 과학전문지에서 비중있게 소개됐다.

그동안 소변이나 혈액을 통해 각종 질환을 검사하는 소형 바이오센서는 많이 개발돼 왔다. 문제는 전력 공급. 바이오센서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얻기 위해 전선으로 연결해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하거나 건전지 같은 ‘부피가 큰’ 배터리를 장착해야 했다. 또 결과 분석은 숙련된 전문가에 의해서만 가능했다.

이번에 개발된 배터리는 마그네슘, 염화구리, 구리 등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두께가 1mm 정도로 얇아 ‘종이 배터리’라고 불릴 정도.

소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분은 물이다. 먼저 물이 마그네슘(양극)과 접촉하면 마그네슘이 산화하면서 전자가 튀어나온다. 이 전자가 전선을 통해 염화구리(음극) 쪽으로 이동하며 최종적으로 구리 층에서 전자가 축적된다.

이 연구원은 “이 배터리는 소변 한 방울로 1.5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며 “보통 바이오센서 하나를 90분간 구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배터리에 포도당의 양이나 병원균의 존재 여부를 감지하는 각종 바이오센서와 분석결과를 수치로 알려주는 얇은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 누구나 건강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를 토대로 건강진단용 키트가 만들어지면 마치 약국에서 간단히 구입할 수 있는 임신진단용 키트처럼 널리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1985년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싱가포르 연구소에서 활동 중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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