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선 다수결이 ‘정답’…질문→답변→오류수정→완성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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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정해진 정답은 없다. 더 많은 사람이 선택하면 그것이 정답이다. 인터넷을 활용해 옳고 그름이 다수결로 결정 나는 세상이 오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기업 구글은 최근 ‘구글 번역’(translate.google.com)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사이트에 “유엔은 소말리아 파병을 결의했다”는 한국어 문장을 입력했더니 “U.N. resolved a Somalia dispatch of troops”라는 문장으로 번역했다. 정확한 번역인 “The U.N. made a resolution to dispatch troops to Somalia”와 비교할 때 약간 틀리지만 영어권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이 번역기를 만든 구글 직원들은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해답은 인터넷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활용한 데 있다. A라는 문장이 어떻게 번역됐는지를 통계적으로 조사해 ‘B’라는 번역이 가장 많으면 ‘A는 B’라고 번역하는 방식이다.》

○ 옳고 그름의 기준이 바뀐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세상에는 미리 정해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인터넷 때문에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많은 사람의 생각을 모아 정답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구글 번역은 권위 있는 외국어 전문가들이 만든 번역기보다 효용성이 높다. 미리 번역 방식이 입력된 번역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글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수많은 번역을 조회해 빈도가 가장 높은 경우를 올바른 번역으로 채택한다. 유엔회의록 원본과 번역본을 사용해 통계를 내면 모든 언어를 다 번역할 수 있다. 표본이 많을수록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 NHN의 ‘네이버 지식검색’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에 물어보라”는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냈다. 이 서비스는 누리꾼(네티즌)이 질문을 하면 다른 누리꾼이 답을 올려 가장 ‘그럴싸한’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답이 틀리면 다른 누리꾼이 지적해 좀 더 나은 답으로 고쳐지고 여기에 다른 의견이 덧붙여져 더 나은 답으로 변해간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신뢰성은 높아진다.

○ 정답은 다수결에 따른다?

다수결의 원칙이 늘 옳은 건 아니다. 다수결을 무조건 적용하다보면 진리가 왜곡되거나 옳은 소수 의견이 묵살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준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黃相旻) 교수는 “구성원이 적은 집단에서는 틀린 지식이 확산될 수 있지만 수백만∼수천만 명이 사용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나므로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 온켓의 허진영(許振榮) 이사는 “인터넷에서는 다수의 의견이 모여 지배적인 의견이 되지만 소수의 의견도 공존한다”며 “소수 의견이 ‘기록’으로 살아남아 동의를 늘려가면서 다양성이 보장되는 게 인터넷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여전히 반론도 가능하다. 표본이 많을수록 ‘다수의 의견’이 진실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높지만 과연 모든 진실이 꼭 ‘다수’에 있는 것인지, 한발 더 나아가면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진실이 과연 있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논란이 남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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