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경제손실]암 발병후 1년 999만원 들어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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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던 암도 의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이젠 일찍 발견하기만 하면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치료비. 특히 백혈병 등 엄청난 치료비가 드는 암은 환자뿐 아니라 한 가족의 앞날을 가로막기 일쑤다.

암으로 인한 손실은 얼마나 될까.

국립암센터가 암 환자 560명을 3년간 추적 조사해 올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한 해 동안 15조5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직접 진료비 외에 대체의료비, 교통비, 간병비, 직업 상실에 따른 기회비용, 조기 사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암 환자의 56.3%가 암 발생 후 직업을 잃었다는 것. 대부분 암에 걸린 지 3개월 이내에 실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가장이 암에 걸렸을 때 온 가족이 받는 경제적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15조5000억 원이라는 비용은 200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662조6548억 원의 2.3%에 이르는 수치로 1년간 국내에서 이뤄진 모든 생산 활동의 2% 이상이 암 때문에 날아간 셈이다.

또 이는 2003년 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총 보험급여비 14조9000억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개별 환자의 부담은 직접 진료비만 해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들은 발병 이후 1년 동안 999만 원이 들었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부담한 비용은 평균 501만 원. 절반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진료와 초음파 검사 등 건강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 항목까지 합치면 본인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혈병 외에 뼈 및 관절연골암, 다발성 골수종, 비호지킨림프종 등도 1000만 원 이상의 진료비가 들었다.

국립암센터 박은철 책임연구원은 “암 환자가 부담하는 총비용 15조5000억 원 중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부분은 94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이들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등 의료보장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를 내면서 정부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보험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도 암에 걸리면 민간부문에서 져야 할 부담이 크다”며 “만일에 대비해 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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