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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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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시 민속장터에서 만난 나물 장수 김모 할머니(75)는 선거 상황 취재를 하는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김 할머니는 “합동유세가 있으면 주위 사람들의 권유를 받아 시간을 내서 찾아가기도 했지만 이번에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후보를 알려면 인터넷을 보라고 그러던데,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야지…”라며 답답해했다. 옆에서 해산물을 파는 이모 할머니(69)는 “후보를 어떻게 알고 찍느냐, 누가 얘기해줘야 알지”라고 거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합동유세와 정당연설회가 사라지면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컴맹, 넷맹’ 세대인 노년과 장년층에 인터넷은 ‘그림의 떡’이다. 컴퓨터가 생소한 노인들은 자녀나 마을 지인들에게 귀동냥으로 후보들에 관한 정보를 듣는 일이 고작이다. 농촌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엔간한 시골에도 마을회관에 컴퓨터가 설치돼 있지만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먼지만 쌓여 있는 실정이다.
후보자 신상명세와 공약 등을 담은 선거공보를 보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노인들 중에는 이를 자세히 읽어볼 시간도, 이해력도 부족한 이가 적지 않다. 또 선거공보는 투표 직전에야 배달되기 때문에 후보 결정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북제주군 애월읍 양모씨(55)는 “개정 선거법이 새로운 선거문화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정보소외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결국 지연 혈연 등에 의존해 투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우려였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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