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악마 거미’의 공존…냄새로 위장해 개미와 서식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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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파시스 거미
코스모파시스 거미
개미와 거미. 이름은 비슷하지만 분류학적으로 꽤 거리가 먼 사이다. 개미가 다리 6개의 곤충강(綱)에 속하지만 거미는 다리 8개의 거미강에 속한다. 그런데 개미와 생김새는 물론 체취까지 닮은 거미가 있다.

코스모파시스(Cosmophasis bitaeniata)란 이름의 이 녀석은 ‘베 짜기 개미’의 애벌레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베 짜기 개미’는 애벌레가 만들어내는 실로 나뭇잎을 베 짜듯 엮어 공 같은 집을 만든다.

그런데 코스모파시스 거미는 이 집속에 버젓이 자리를 잡고 앉아 애벌레들을 날름날름 잡아먹는다. 왜 개미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극적 상황을 방치하고 있을까. 호주 멜버른대 마크 엘가 교수팀은 이 거미가 개미의 체취로 자신을 위장해 개미집에 잠입한 뒤 일개미로부터 애벌레를 넘겨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연구팀은 코스모파시스가 마치 조향사처럼 체취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채집한 3개의 개미집에 거미를 넣고 석 달이 지난 뒤 체취를 분석하자 해당 개미집의 냄새와 일치했던 것. 엘가 교수는 “자연상태에서 이 거미는 개미집 한 곳에서 일생을 보낸다”며 “개미집과 똑같은 냄새를 만드는 능력은 속임수 게임에서 살아남는 데 필수 요건”이라고 말했다.

이 내용은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온라인뉴스 29일자에 소개됐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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