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생쥐 오래 살리기 대회’…노화 유전자 변형기술 경쟁

  • 입력 2003년 9월 30일 18시 05분


코멘트
‘누가 생쥐를 가장 오래 살리나.’ 9월 22일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생의학적 노인학 국제연합’ 제10차 모임에서 이색적인 대회의 개막이 선포됐다. 생쥐의 노화 관련 유전자를 변형시켜 정상보다 오래 살게 만드는 시합이다. 물론 인간의 무병장수를 실현하기 위해 노화 연구를 촉진하려는 의도다.

대회 이름은 ‘므두셀라 생쥐 상’. 므두셀라(Methuselah)는 성경에서 가장 오래 생존했다고 알려진 인물로, 969세까지 살았다고 전한다.

현재 참가 의사를 밝힌 ‘선수’는 4명. 모두 노화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생명공학자들이다. 주최측은 좀 더 많은 과학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느라 분주하다.

현재까지의 챔피언은 GHR-KO 11C라고 명명된 생쥐로, 다섯 번째 생일을 1주일 앞둔 시기에 죽었다. 정상의 동료 생쥐보다 2년 정도 오래 산 나이다. 이 ‘공로’로 6월 3일 이 생쥐의 주인에게 첫 상이 수여됐다. 상금은 약 4000만원.

대회 책임자인 케임브리지대 아우브레이 드 그레이 교수는 “인간으로 따지면 150세 정도 되는 나이”라며 “앞으로 더 장수하는 생쥐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챔피언의 장수 비결은 성장호르몬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를 변형시킨데 있었다. 하지만 해석은 명확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성장호르몬이 줄어드는데, 소량에도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유전자가 작용했을 수 있다. 반대로 성장호르몬이 계속 분비됨에 따라 노화가 촉진될 수도 있는데 이를 막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챔피언 후보들의 신상명세는 각양각색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를 변형시켜 에너지 대사량을 줄이면 세포의 분열 활동이 줄어든다. 그 결과 조금 먹어도 생존에 지장이 없는 다이어트쥐가 만들어져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오래 살리기 최고 기록은 조만간 경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