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네티즌 "행동하는 아이콘 좋아해"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37분


한컴의 국지현 씨가 한글프로그램의 아이콘을 디자인하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컴의 국지현 씨가 한글프로그램의 아이콘을 디자인하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글 2002’프로그램에는 몇 개의 컴퓨터 아이콘이 있을까. 겉보기에 프로그램에는 아이콘이 수십 개밖에 없지만 실제로는 수천개가 들어있다. 이를 디자인한 한컴의 국지현씨는 “5㎜의 아주 작은 정사각형에 사용자가 쉽게 기능을 알 수 있도록 아이콘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꿈에서도 아이콘이 어른거린다”고 말했다.

국 씨는 “아이콘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만 튀게 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인의 감성을 넣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국씨가 만든 아이콘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누르며 한글 프로그램으로 문서를 작성한다. 이중에는 외국인이 좋아하는 것과 한국인이 좋아하고 쉽게 이해하는 것들이 따로 있다. 외국에서 건너온 아이콘 중에는 한국인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많다.

고려대 명노해 교수(산업공학과)와 전윤우 씨(석사과정)는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아이콘 디자인 연구’를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국제산업공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한글 2002’ 화면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아이콘이 새 문서를 불러오는 ‘새 글’이다. 이 아이콘은 종이의 오른쪽 위가 접혀 있다. 미국인들은 책을 넘길 때 이 부분을 집어 넘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 교수는 “한국인들은 주로 문서의 오른쪽 아래를 집기 때문에 아랫부분을 접은 종이 모양의 아이콘을 더 쉽게 ‘새 글’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20대 대학생 50명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문서 작성 기능 10가지를 골라냈다. 이어 한 기능 당 기존 아이콘과 새로 만든 아이콘 10개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좋아하는 아이콘을 2개씩 고르게 했다. 기존 아이콘은 한글97, MS워드2000에서 골랐다.

기존 아이콘은 전반적으로 인지도가 높았지만 새 아이콘을 더 좋아하는 경우도 많았다. ‘새 글’의 경우 왼쪽 아래를 접은 아이콘과 함께 문서 위가 반짝이는 아이콘을 선호했다. ‘붙이기’는 노란 포스트잇 메모지를 흰 문서에 붙인 아이콘을 선호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이 선호하는 아이콘의 특징은 ‘행동하는 듯한’ 모양을 갖고 있고, 2개 이상의 그림이 합쳐져 약간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명 교수는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에게 멈춰 있거나 너무 단순한 아이콘은 뭔가 빠졌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서 프로그램 외에도 한국인의 감성과 다른 아이콘들이 꽤 있다. 전자우편과 관련된 ‘작은 빨간 편지함’ 아이콘은 미국에는 많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소인을 찍거나 커다란 빨간 우체통이 더 한국적이다. 한국에 많은 둥그런 휴지통 모양의 아이콘이 네모난 기존 아이콘보다는 정서적으로 더 잘 맞는다. 그러나 한국적인 아이콘보다는 글로벌한 아이콘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어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아이콘은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프로그램 아이콘을 대상으로 한 외국 조사에서 중국인은 주로 그림을 이용한 아이콘을 좋아하지만, 미국인은 문자를 이용한 아이콘을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MS워드, MS엑셀 등이 문자를 이용한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명 교수는 “한자와 영어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며 “한국인은 한글 프로그램의 아이콘처럼 그림과 문자가 섞인 복합적인 아이콘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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