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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3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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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전후 여성의 홍조증이 주로 폐경기 증세로 나타난다면 젊은 여성의 지속적인 홍조증은 주로 ‘모세혈관 확장증’ 때문에 생긴다. 두 경우 모두 치료받으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폐경기 여성의 남편은 감기에 잘 걸린다.’ 이는 폐경기 여성이 밤새 얼굴이 화끈거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바람에 옆에서 자던 남편이 감기에 걸리곤 한다는 의미. 폐경기 여성에게 잘 생기는 얼굴홍조의 피해를 빗댄 말이다. 얼굴홍조는 술,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는 등 외부 환경의 자극이 있거나 부끄러움을 느끼고 화를 내는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 정상인에게도 나타난다. 그러나 특별한 자극이 없어도 평소 얼굴이 자주 붉어져 ‘술꾼’으로 오해받는다면 얼굴 부위에 이상이 있거나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폐경기 여성 70% 증세…콩-인삼차 효과
▽여성 폐경기로 인한 얼굴홍조〓50세 전후 폐경기 여성의 70∼80%가 느끼는 전형적인 증세. 얼굴이나 목 부위가 갑자기 붉어지면서 여러 방향으로 퍼져 나가 불쾌한 열감을 느끼고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땀이 난다. 3분 동안 지속되며 하루에 3∼30회 정도 반복된다.
얼굴홍조 증세를 보이는 폐경기 여성의 79%는 2년 동안 증세가 지속되고 25%는 5년 동안, 나머지는 평생 나타난다. 폐경으로 감소된 여성 호로몬 에스트로겐을 보충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 에스트로겐을 약 3개월 투여하면 95% 정도 증세가 없어진다. 최근엔 패치제도 나와 있다.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는 “홍조증 치료를 위한 호르몬 제제는 2년 미만으로 단기간 복용하는 것이므로 유방암이나 심장질환의 발생 확률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외에 식사를 할 때 콩 두부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거나 가볍게 운동해도 도움이 되며 겨울엔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겹쳐 입거나 찬물을 많이 마신다. 인삼차나 비타민E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흔히 생기는 얼굴홍조〓혈관은 차가운 날씨에 잔뜩 수축돼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면 갑자기 이완된다. 이때 많은 양의 혈액이 혈관으로 몰려 홍조가 나타난다. 얼굴 혈액의 반응 정도에 따라 얼굴 전체가 빨개지거나 군데군데 버짐 피듯이 빨개진다. 주로 볼에 홍조가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혈관이 뺨 부위에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
얼굴홍조는 혈관의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이 증가하거나 혈관이 민감할 때 잘 나타나므로 그 자체가 혈액순환이나 건강에 좋다고 할 수 없다.
화가 날 때 홍조가 잘 생기는데 이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신경이 자극되기 때문. 심리적인 갈등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특히 심하다.
성관계를 하거나 좋아하는 이성을 만났을 때 홍조가 생기는 것은 성적인 자극을 감지한 뇌가 성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
술을 마실 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핏속에 녹아 혈관을 타고 피부 밑 모세혈관까지 가서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몸 속에서 알코올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면서 생기는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2형 ALDH)를 갖지 못한 사람은 한 잔 술에도 얼굴이 쉽게 붉어진다.
단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것만으로는 술이 약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갑자기 이런 증세가 생기면 간 기능이 떨어져 분해 효소가 적게 생기는 것이므로 가급적 절주하는 게 좋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에도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난다. 이는 몸 속에서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자율신경 반사가 혈관 확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 신 음식을 먹을 때에도 유사한 현상이 생긴다.
특히 중국음식을 먹은 뒤에 홍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음식 속에 첨가돼 있는 감미료가 원인. 이 밖에도 치즈 초콜릿 레몬 등도 얼굴 홍조를 유발할 수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 피부과 이광훈 교수,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김정구 교수, 서울 장스여성병원 이인식 원장)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얼굴홍조 예방 십계명
①찬물과 더운물로 번갈아 가며 세수해 피부 저항력을 높인다.
②외출 전 얼굴을 가볍게 두드려 주고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른다.
③되도록 스트레스를 피한다.
④짜고 매운 음식과 술 담배 등 자극적인 것을 피한다.
⑤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자주 섭취한다.
⑥고온 상태의 목욕이나 사우나는 되도록 피한다.
⑦외출 후 자극없는 클린저로 얼굴을 가볍게 씻고 스킨과 로션을 차갑게 해 발라 준다.
⑧지나친 팩이나 스크럽 제품은 피부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⑨안면 홍조로 밤에 잠자기 힘든 여성은 침실 등 주위 온도를 선선하게 조절한다.
⑩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려 겹 입어 체온 조절이 쉽게 한다.
당뇨-심장병-갑상선 이상…원인도 갖가지
얼굴홍조가 나타날 수 있는 질환으로는 얼굴 피부 밑의 실핏줄이 확장돼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세혈관 확장증이 대표적. 폐경기 여성은 실핏줄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서 홍조가 생긴다면 ‘모세혈관 확장증’은 스테로이드 연고 남용, 피부염의 합병증 등으로 실핏줄이 늘어나서 줄어들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처음엔 다른 부위에 비하여 혈관이 많이 분포된양 볼부터 붉러지고 나중엔 광대뼈 이마 코 등으로 번진다. 술꾼으로 오해받기도 해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술, 매운 음식 등 홍조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상책. 외출할 때에는 모자를 착용해 자외선을 차단하며 가급적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한다. 운동은 시원한 곳에서 하고 너무 열이 많이 나지 않도록 운동량을 조절한다.
모세혈관 확장증과 코 부위에 여드름과 비슷한 고름집이 동반될 때 이를 주사(딸기코)라고 한다. 여드름으로 착각해 치료받다가 악화되므로 함부로 약을 바르지 않는다. 치료를 하더라도 두 달 이상의 인내심이 필요하며 먹는 약이나 젤 크림을 사용한다.
초이스피부과의 최광호 원장은 “먹거나 바르는 약 외에 두드러진 붉은 혈관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광치료, 색소레이저 등을 시술하며 최근엔 레이저 치료 후 멍자국이 거의 남지 않는 브이빔 레이저를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테마피부과의 임이석 원장은 “레이저 치료를 해도 20∼30% 정도는 재발한다”며 “얼굴 피부에 늘어난 혈관은 없앨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홍조를 완치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얼굴홍조와 열감이 생기는 흔한 질환으로 갑상샘 기능항진증이 있다. 갑상샘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샘 호르몬이 신진대사를 증가시켜 몸에 열을 발산시킨다. 이는 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혈압 환자에게 얼굴홍조가 계속 생기면 약의 부작용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얼굴홍조가 생길 수 있는 원인 | |
| 분류 | 원인 |
| 생리적 또는 환경적 요인 |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장소 이동시, 술, 매운 음식, 뜨거운 음식, 감미료, 심리적 흥분(스트레스 불안), 성적인 자극, 자외선 등 |
| 피부질환 | 피부 모세혈관확장증 |
| 주사(딸기코) | |
| 내과질환 | 여성폐경기 |
| 감염 | |
| 폐암 | |
| 갑상샘기능항진증 | |
| 주로 맹장에 잘 생기는 종양인 카시노이드 증후군 | |
| 당뇨병, 심장질환 | |
| 췌장, 콩팥, 부신 등에 생긴 종양 | |
| 약물 | 고혈압치료제, 심장질환치료제, 결핵약, 비타민B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