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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7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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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비염 때문. 콧물이 계속 나고 코가 막히며 아무데서나 ‘에취’하고 재채기가 나오는 바람에 민망해질 때도 있다. 코가 답답해서 매번 세게 풀었더니 중이염까지 걸렸다.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가 안된다고 주변에서 들었는데 평생 알레르기 비염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씨는 갑갑하기만 하다.
봄이 되면서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유난히 심했던 황사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비염이란 코의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인데 그 중 알레르기 비염은 특히 그 원인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항원 혹은 알레르겐)일 경우를 말한다. 산업화로 인해 환경이 나빠지면서 여러 가지 항원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져 전세계적으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발병률이 높고 어린이가 어른보다 더 잘 걸린다.
▽알레르기 비염의 종류〓특정한 계절에 존재하는 항원인 꽃가루 등에 의한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계절에 관계없이 집먼지 진드기 때문에 생기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 직업과 관련된 어떤 특정물질로 인한 직업성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 한국에서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 비율이 높다.
▽증상〓알레르기 비염에 걸리면 묽은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나며 코가 막히고 코 주변에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감기 등의 원인으로 생기는 다른 비염과 증상의 차이는 별로 없다.
축농증은 코 주위 얼굴뼈 속의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의학적으로는 ‘부비동염(코곁굴염)’이라 부른다. 누런 콧물과 코막힘이 계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비염이 악화돼 축농증이 생기기도 한다.
다른 비염인지 축농증인지는 섣불리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
▽다른 병을 동반〓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은 알레르기 결막염에도 잘 걸린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항원이 눈의 점막을 자극해 발생하는데 눈이나 눈꺼풀이 가렵고 결막이 충혈되며 눈꺼풀이 붓게 된다.
알레르기 비염에 걸려 코를 자꾸 세게 풀면 귀가 아프고 열이 나며 울리는 중이염에 걸리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또 비염과 천식은 밀접한 관계에 있어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면 알레르기 천식이 생길 수도 있다.
▽끊임없는 조절이 필요〓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원인항원을 제거하는 것. 집먼지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선 실내 먼지를 줄이고 온도와 습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집먼지 진드기가 살 수 없는 천을 사용한 침구를 쓰면 도움이 된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코 안에 약물을 투여하여 비점막을 수축시키는 방법을 쓴다. 재채기나 콧물을 완화시키는 항히스타민제를 먹거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코에 뿌리기도 한다.
코가 막혔을 때 혈관 수축제를 쓰면 코가 뚫리는데 1주일 이상 쓰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2,3일 정도만 사용한다.
면역요법이나 수술은 극히 예외적으로 시행한다.
불치병은 아니지만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지속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귀찮은 질환인 것이 사실. 꾸준히 노력하면 증상 없이 살 수 있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철희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이비인후과 김용재 교수)
▼한방 & 가정요법
한의학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폐(肺·호흡기)·비(脾·소화기)·신(腎·비뇨생식기 및 내분비계) 기능이 약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생긴 것으로 본다. 특히 폐의 기능이 약하고 찬 기운에 민감한 사람이 알레르기 비염에 잘 걸린다.
알레르기 비염의 한방치료는 폐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면역력을 강화해 체질을 바꾸는데 중점을 둔다. 따라서 증상이 금방 없어지지 않으며 치료에 시간이 걸린다. 약물요법을 쓰거나 침을 놓아 치료한다.
근본적으로 면역력을 높이려면 우선 식생활에 신경을 써야한다. 패스트푸드나 과자 라면 등 밀가루 음식을 줄이고 너무 찬 음식도 피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 과식 하면 안되고 특히 어른은 술 담배 커피를 멀리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몸이 냉해서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환절기라 일교차가 심하지만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다니면 안되고 잘 때도 긴팔 잠옷을 입는다.
스트레스 역시 비염을 악화시키는 원인. ‘과우상폐(過憂傷肺)’라는 말이 있듯 지나친 근심 걱정이 폐를 상하게 하고 체내 저항력을 떨어뜨린다.
코가 자주 막히는 사람은 밤마다 40도 정도의 물에 발을 담가 주면 코가 시원하게 뚫리기도 한다. 이 때 물이 복숭아뼈 아래까지 차도록 한다.
또 따뜻한 물수건으로 코를 덮어 주면 재채기와 코막힘에 좋다. 코막힘이 심할 때는 양미간의 인당혈을 지압하면 좋다.
무즙을 이용해 ‘천연 코막힘 제거제’를 만들 수도 있다. 맵지 않은 무를 강판에 갈아 즙을 짠 다음 면봉에 적셔 콧구멍 안에 넣고 이곳 저곳에 바른다. 너무 깊은 곳에 넣으면 재채기가 나므로 주의해야한다. (도움말〓어린이한의원 정규만 원장)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