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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7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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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디오게임기(콘솔) ‘플레이스테이션2’를 시판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이 외부인들을 만날 때마다 버릇처럼 하는 얘기. 이전에는 PC로 했던 똑 같은 게임을 장소와 수단만 바꿔 가족과 함께 화목하게 하자는 말처럼 들린다. 과연 그럴까?
▽다르다〓PC게임은 키보드와 마우스, 해상도가 높은 모니터를 이용한다. 100여 개의 키보드로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시뮬레이션게임에 적합하다. 이에 반해 콘솔은 커다란 TV화면을 보며 단순하게 왼손 4개 오른손 4개의 키만 누르면 게임을 할 수 있다. 콘솔은 슈팅이나 격투기 레이싱 게임에 적합하다. ‘스타크래프트’를 콘솔용으로도 제작했으나 키보드가 없다는 이유로 게이머들은 외면했다. PC로도 격투기나 레이싱같은 게임을 하지만 콘솔보다 불편한 작동키의 위치, 키보드의 느린 반응 속도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동아일보와 삼성서울병원은 PC게임과 콘솔게임이 인체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프로게이머 박정석군(19)을 상대로 실험했다. 박군은 PC로 스타크래프트를 한 뒤 콘솔(플레이스테이션2)로 격투기 게임 ‘철권’을 했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는 심장박동수와 혈압 심전도 등 박군의 신체변화를 체크했다.
실험결과 박군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10여분 동안 혈압은 실험전 검사치인 128(수축기)/83(팽창기)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심장박동 수도 분당 57∼63회를 유지했다. 게임 도중 여러 차례 전투가 벌어졌지만 박군의 신체는 거의 무반응. 그러나 치명적인 공격이 시작된 9분 경부터 심장박동수가 오르기 시작, 박군의 승리가 결정되는 10분 경에는 분당 73회 정도로 올라있었다.
반면 상대방을 주먹과 발로 때려 눕혀야 이기는 격투기 게임인 ‘철권’을 하는 동안 박군의 심장박동수는 분당 55∼70회를 수시로 넘나들었다. 혈압도 팽창기 혈압이 90 이상 올라가는 등 전형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두 게임 모두 심전도상의 큰 변화는 없었다.
▽CEO와 샐러리맨〓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교수는 “똑 같은 사람이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은 의미가 있는 결과”라며 “특히 박군이 ‘철권’을 할 때 보인 심장박동수의 변화와 줄곳 고혈압 기준치인 90 넘게 기록한 팽창기 혈압은 몸이 운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정신적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가인 라도삼 21세기지식경영연구소 이사는 “박군은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머리 속으로 전략을 짜는 동시에 최종 결과를 예측했기 때문에 당장 눈앞의 이익과 피해를 놓고 흥분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반해 ‘철권’은 매번의 공격에 대해 신체가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라 이사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이해를 갖고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단기적인 과업을 그때그때 달성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샐러리맨의 차이와 닮은 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PS2 작작 해라?〓한국전산원 이석재 연구위원(조직심리학)은 “학습효과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 ‘철권’을 잘 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격투기나 레이싱처럼 본능을 자극하는 게임을 자주, 3개월 이상 하다 보면 성격이 감정적이고 폭력적이 될 가능성이 커 게임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