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윈도 XP "값 비싸고 기능 별 차이 없다"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46분


요란했던 ‘윈도XP’ 열기가 잇단 악재로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야심작 ‘윈도XP’를 이달말 시판할 예정이다. 국내 PC제조업체들도 이달 4일부터 윈도XP를 장착한 PC를 본격 시판하는등 바람몰이에 나섰다. 윈도XP는 PC업계는 물론 반도체 업계의 불황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다. 새 운영체제(OS)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높은 사양의 PC와 대용량 메모리 수요가 일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MS의 의도와 달리 윈도XP를 바라보는 소비자들과 업계의 반응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MS사가 각종 소프트웨어를 윈도XP에 끼워넣어 관련업계와 마찰을 빚으면서 불공정거래 ‘시비’를 빚으며 이미지가 실추했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돼 소비심리마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용산과 테크노마트 등 국내 전자상가 매장 대부분은 윈도XP PC 신제품을 전시하고 있으나 이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태. 기업이나 개인들의 수요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PC전문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35)은 “PC판매가 지난달보다 약간 늘었지만 윈도 펜티엄4 CPU와 메인보드 가격 하락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윈도XP가 윈도2000 프로페셔널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많아 PC판매와는 연결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립PC 업계도 윈도XP가 △윈도98·ME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고 △주변기기 지원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윈도XP 탑재 PC에 대한 마케팅에 소극적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윈도XP 탑재 PC의 ‘바람’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휴렛패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윈도XP 때문에 PC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1일 테러사태 이전에도 올해 개학시즌 매출이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현재는 그 전망이 맞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IT정보서비스 업체 컴퓨터월드가 최근 실시한 설문에서는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52.5%)이 윈도XP 도입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도입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윈도2000이 아직 도입단계에 있기 때문”이 41.3%로 가장 많았으며 “새로운 운영체제가 필요하지 않다”와 “비용이 많이든다”고 밝힌 응답자가 각각 21.3%와 20%로 그 뒤를 이었다.

LG투자증권 오재원 애널리스트는 “윈도XP가 이전 버전에 비해 안정적이고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제품을 반드시 사게 만드는 매력포인트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XP는 가격이 비싸 개인사용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오 애널리스트는 “윈도95나 98에서도 기존 업무용 프로그램을 충분히 가동할 수 있다”며 “윈도XP가 본격적으로 기업고객을 끌어들이려면 내년 하반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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