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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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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우드와 블리자드. 10년 넘게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여온 두 게임 개발회사가 이번엔 3D RTS 게임을 들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선제 공격에 나선 쪽은 웨스트우드. 다음달 12일 ‘엠페러-배틀 포 듄’을 출시한다. 블리자드는 연말경 ‘워크래프트 3’를 발매할 예정이다.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게임팬들은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엠페러’와 ‘워크래프트3’을 꼽고 어느 쪽이 더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게임 웹진 게임샷(www.gameshot.net)에 따르면 최근 ‘워크래프트와 엠페러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는 설문조사에서 총 2409명 중 1138명(47.2%)이 워크래프트를, 1115명(46.3%)이 엠페러를 선택했다는 것. 그만큼 두 게임에 거는 팬들의 기대가 엇비슷하다.
두 게임의 라이벌 관계는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웨스트우드는 RTS의 효시인 ‘듄 2’를 발매했다.
94년말 블리자드가 ‘워크래프트 1’을 내놓으면서 둘의 경쟁은 본격화됐다. ‘워크래프트 1’은 나름대로 인기를 끌어 RTS를 새로운 게임 장르로 확립시켰다. 반격에 나선 웨스트우드는 95년 유명한 ‘커맨드 앤 컨커’(C&C)를 출시했다. 팬터지풍인 ‘워크래프트’와는 달리 2차 대전을 연상케하는 현실적인 게임 내용이 매력적이었다.
그러자 블리자드는 95년말 곧바로 ‘워크래프트 2’를 내놓으며 ‘C&C’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그래픽과 인공지능, 쉬운 게임 조작방식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99년 멀티플레이용 버전이 새로 나올 정도로 수명이 길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에 밀린 웨스트우드는 96년 전설적인 ‘레드 알럿’을 출시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300만장이 팔린 이 게임은 웨스트우드를 RTS의 명가로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98년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역시 전세계에서 300만장이 팔렸고 특히 국내에서도 200만장이 나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어 웨스트우드는 ‘타이베리안 선’(99년) ‘레드알럿 2’(2000년)로 반격을 시도했으나 ‘스타’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제 게임이 3D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한 것.
듄 행성을 차지하려는 아트레이드, 하코넨, 오도스 등 세 가문의 전투를 다룬 ‘엠페러’는 세 가문 외에도 5개의 하위가문을 등장시켜 더욱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 또 3D의 장점을 살려 게이머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최근 미국 게임쇼 E3에서 선보인 ‘워크래프트 3’는 99년 개발 계획이 발표됐을 때보다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게임 운영에다가 네 종족이 펼치는 전략의 다양성, 여기에 롤플레잉 요소까지 합쳐져 ‘엠페러’보다 국내 팬들에게 어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연 3D RTS의 첫번째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그러나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이들의 경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