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청부 자살' 충격…자살 사이트 접속 10대에

  • 입력 2000년 12월 16일 01시 13분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20대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최근 강릉에서 발생한 데 이어 서울에서도 자살 사이트에서 알게 된 10대가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15일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람이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윤모군(19·무직·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대해 촉탁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촉탁살인은 피해자의 촉탁 내지 승낙을 받아 살해하는 범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윤군은 12일 오전 4시50분경 서울 노원구 월계역 부근 공영주차장에서 김모씨(29·회사원·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복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는 것.

경찰 조사 결과 윤군은 지난달 인터넷 자살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 김씨가 “용기가 없어 자살할 수 없으니 죽여 달라”고 부탁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윤군은 “옛날에 죽고 싶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김씨의 부탁을 들어줬다”며 “김씨가 죽기 전 100만원이 든 지갑을 가져가라고 해 살해한 뒤 가져갔다”고 말했다.

윤군은 또 14일 자살 사이트에서 서로 알게 돼 강릉의 한 여관에서 극약을 마시고 자살한 김모씨(28·서울 K대 4년 휴학)로부터도 죽여 달라는 부탁과 함께 5만원을 받고 경기 수원시 정자동의 한 모텔에서 목 졸라 살해하려다 살해 직전 김씨가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가 개설된 뒤 5만건 이상의 접속이 이뤄진데다 윤군과 접촉한 회원들이 더 있는 점을 중시해 유사한 범행이 더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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