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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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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이 없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일본문화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무정부적이며 관용적인 인터넷은 정부의 문화정책을 훨씬 앞질러 왔다. 이미 들어올 건 다 들어왔는데 정부만 헛수고하는 꼴이다.
인터넷에는 젝시트(JExit), 제이케이 뮤직스테이션(J K Music Station), 짤(JJAL)과 같은 일본 음악 방송국이 넘쳐나고 있다. MP3 스와핑 사이트 ‘소리바다’에 가보라. 엑스 저팬과 아무로 나미에, 하마사키 아유미의 최신곡을 아무런 장애없이 내려받을 수 있다.
일본 TV 드라마의 경우를 놓고 보면 국내 인터넷은 아직 미숙한(?)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팬포유(Japan4U)’처럼 최신 드라마의 정보와 줄거리, 대본을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엽기관(user.chollian.net/∼nazoran)’이란 개인 사이트는 인기그룹 멤버 기무라 다쿠야가 출연한 ‘러브제너레이션’이나 90년대 최고 문제작 ‘고교 교사’에 대한 상세 정보는 물론 수백 메가바이트에 달하는 동영상을 제공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시 우리의 인터넷을 오래 전 점령했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아카네 가주키 감독의 ‘에스카플로네’에 대해서도 네티즌의 열정은 대단하다. 한 개인 사이트(home.nownuri.net/∼lesmin/menu.htm)에서는 다음 달 출시될 이 작품의 동영상을 자막과 함께 제공한다. 그렇다면 ‘모노노케 히메’, ‘붉은 돼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명작에 관한 정보의 규모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포털사이트에서도 일본 대중 문화 ‘범람’ 현상은 뚜렷하다. 한미르와 라이코스가 일본 웹사이트 번역 서비스를 하고 있다. 후자의 인기 키워드에는 일본 축구, RPG 게임 ‘드레곤 퀘스트’, 여가수 하마사키 아유미 등 문화적인 검색어가 많다. 일일 페이지뷰는 25만을 넘는다.
네티즌은 일본 대중 문화에 대한 정보 갈증이 크다. 달리 말해 법적 정책적 한계선를 범람하고도 남을 정도의 열정과 욕망을 갖고 있다. 정부가 모르는 사이에 ‘왜색 문화’란 ‘피’는 인터넷을 타고 우리의 문화혈관을 흐르고 있다. 우리 대중문화는 ‘발전적 수용’과 ‘문화적 종속’중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이영재(문화웹진 컬티즌 에디팅 팀장. yjlee@cultiz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