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미국 시애틀의 MS 본사. 선을 공격할 ‘신무기’의 이름을 놓고 설왕설래가 진행되고 있었다. “터뜨려버린다(Burst)가 어때?” “태워버린다(Burn)가 더 나은 것 같은데….” “아예 엉덩이(Bun)로 하지 그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단어까지 입에 올리던 회의는 ‘태워버린다’로 낙착을 봤다. 썬에 대한 MS의 반격작전인 ‘썬번(Sun Burn)’프로젝트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썬과 MS는 그야말로 앙숙이었다. 썬의 맥닐리 회장은 MS의 ‘독점행위’를 방해하는 태클을 수시로 날렸다. 95년 MS가 ‘윈도 NT’를 앞세워 서버 운영체제 시장에 진출했을 때 썬은 NT를 장착한 서버를 한 대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 찬물을 끼얹었다. MS오피스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스타오피스’를 인터넷에서 무료배포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썬은 심지어 MS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는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이에 맞서 MS는 썬의 서버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는 ‘썬번’작전을 개시한 것. MS는 선을 공략하기 위해 우선 인텔과 손을 잡았다. 인텔은 썬이 자사의 CPU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그러잖아도 한번 손을 봐주려 마음을 먹고 있던 차였다. 이 두 회사는 파트너로 서버 제조업체인 컴팩과 휴렛팩커드(HP)를 끌어들였다. 인텔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운영체제(OS)로 윈도2000을 사용하는 컴팩(또는 HP) 서버를 내세워 썬을 따라잡겠다는 전략.
이들 ‘4총사’는 전세계를 무대로 ‘태양 불태우기’ 작전에 돌입했다. 썬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가 싸움을 걸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MS 인텔 컴팩 3사가 공동마케팅으로 썬을 압박중이다. 이들 3사는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7월 공동마케팅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현재 40여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연말까지 참가업체는 100여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공개했다. ‘썬번’ 연합은 자신들의 활동이 지금까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이제는 ‘썬번’이 아니라 썬다운(Sun Down), 즉 끝장이 났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화려한 전과’도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공식적인 통계가 없는만큼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는 반응.
썬은 이에 대해 ‘비즈니스의 정도(正道)’가 아니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썬은 “썬의 주력 기종은 고사양 위주로 저가 위주의 윈도 서버와 시장이 완전히 달라 상대가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다. 변화무쌍한 IT업계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서버 업계의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