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게임 '장르 편식' 심각…작년 새작품 70여개 불과

  • 입력 2000년 8월 6일 18시 22분


다양한 게임이 나와야 시장이 성장한다

작년 한해 동안 심의를 마친 국산 게임은 173개다. 게임종합지원센터에서 발표한 ‘99년도 국내 게임산업 동향 조사’에 따른 통계다. 한 게임이 여러 등급으로 출시된 것을 빼면 약 140여 개의 국산 게임이 출시됐다는 계산이다.

이 중에서 오래 전에 나온 갤러그나 테트리스 같은 걸 무단으로 모아놓은 ‘미니 게임 모음’ 같은 걸 제외해 보자. 게임다운 게임, 상품으로서의 게임은 약 70개가 남는다.

가장 많이 나온 것은 전통적 인기 장르인 롤플레잉(RPG) 게임이다. RPG는 작년에만 13개가 나왔다.

다음으로는 유행 장르인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12개가 나왔다. 특기할 만한 것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 5가지나 나왔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캠퍼스 러브 스토리’가 성공한 이후 일본 게임이 점령하고 있던 연애 시뮬레이션분야에 도전장을 내미는 국내 업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작년에 나온 5개를 포함해서 작품성이나 흥행성 어느 한 쪽에서도 성공한 작품은 없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유독 인기있는 롤플레잉과 몇년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합쳐서 시중에 나온 것이 고작 25개뿐이라는 건 뜻밖이다. 연애시뮬레이션도 5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나머지는 뭘까? 바로 액션 게임이다. 그리고 그 액션게임 40여개 중 거의 30개가 99년 말에 갑자기 쏟아져 나왔다.

이것들은 이른바 ‘리듬 액션’ 게임, 즉 ‘비트매니아’나 ‘DDR’ 등을 PC용으로 개작한 것들이다. 또 개중에는 음악까지 마음대로 가져다 쓴 것도 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게임이 아니다.

인기 장르를 쫓아다니며 조잡한 제품을 쏟아내는 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인기게임 이외의 다른 장르가 전멸에 가까운 일은 없다.

레이싱이나 대전 액션 같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게임은 국내실정으로 보아 어렵겠지만 경영 건설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같은 분야에서 국산 게임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건 큰 문제다. 왜냐하면 장르의 편중이 심해지면 시장이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덕택에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하나의 게임, 하나의 장르에만 의존하는 시장은 너무나 불안정하다. 내년 이맘때 통계를 낼 때도 올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상우(게임평론가) sugulma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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