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協, 강경투쟁 의쟁투委長 불신임…약사법개정 기대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49분


의료계 집단폐업을 이끌어 온 대한의사협회의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가 신상진(申相珍)위원장을 불신임함으로써 약사법개정 등을 들러싼 의사협회 노선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일단은 약사법 개정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의쟁투는 7일 밤부터 8일 오전4시까지 중앙위원회를 열고 현재의 3기 중앙위원이 모두 사퇴하는 한편 신위원장을 불신임하기로 결정했다.

신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은 정부-의약계의 막후협상에서 일반의약품의 혼합판매와 임의조제를 허용하는 약사법 39조 2항을 삭제키로 합의하는 등 의료계 주장이 상당 부분 수용됐는데도 신 위원장이 회원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며 제동을 건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의약분업이 본격시행되기 전 약사법을 개정한다는 약속을 정부로부터 받아냈으나 신 위원장이 강경 일변도의 투쟁을 계속하려는데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이 나온 것.

정부와 국회는 의사의 진료권(의권)을 지키겠다며 의료계가 가장 강력히 요구해 온 △39조2항 삭제 △대체조제의 원칙적 금지가 막후 협상에서 합의된 뒤에도 의사협회가 협상을 계속 원점으로 돌리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 주장에 더 이상 이끌려 다니지 말고 의약계 합의안 및 시민단체 주장을 토대로 약사법 개정안을 만들어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신 위원장 불신임은 이런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 의사협회가 강경투쟁보다는 합리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의약분업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물론 의쟁투 내부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약사법 개정협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위원장 불신임의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형편이라 당분간 내부의견 조율에 진통이 예상된다.

전철수(田喆秀)의쟁투 정책국장은 “신 위원장 불신임은 의협 활동의 큰 중심축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정부와 국민이 의료계를 비난하기보다는 의약분업 추진과정에서 의료계가 받은 상처를 이해하고 잘 수습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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