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IMT2000도입땐 삐삐와 같은 운명 될수도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25분


휴대전화는 공룡처럼 사라져버린 삐삐의 길을 따라갈 것인가 .

최근 정보통신업계와 인터넷 업계의 마케팅 담당자들의 관심사는 IMT-2000수요예측에 집중돼있다.

삐삐(무선호출기)는 1997년말 가입자가 1500만명(시장규모 1조5000억원)에 이르렀다가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황금시장 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무선호출기 사업자들은 제대로 대응도 못해보고 몰락했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삐삐시장=93년 무선호출기 사업자가 12개사로 늘어나면서 삐삐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92년 145만명에서 95년말 1000만명을 돌파했고 97년에는 1500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했다.

사업자들은 한해 수백억원씩 떨어지는 순이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부는 농구단을 인수하는 등 축배를 터eM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파국은 너무 빨리 왔다.

97년 PCS폰 사업자가 선정되면서 삐삐 가입자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 불과 2년만에 1400만 가입자가 떠나버려렸다. 2000년 현재 가입자는 100만명. 책상서랍에 넣어두고 삐삐를 쓰지 않는 가입자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가입자는 50여만명에 불과하다. 99년부터는 한해 수십억원씩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뒤늦게 뛰어든 일부 사업자는 미처 투자비를 건지기도 전에 몰락했다.

▽판단착오와 잘못된 대응=무선 호출기 사업자들은 최고의 호황기인 97년 휴대폰이 대중화되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릴 것으로 자신했다. 삐삐(2만원)와 휴대전화(약 30만원)의 가격차가 워낙 크고 휴대전화의 수신율이 낮고 문자 메시지 서비스가 없어 무선호출기가 상당기간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

호출기 사업자들은 또 10년간의 과도기에 송신기능만 있는 시티폰 을 도입, 휴대전화와 싸워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예측은 철저히 빗나갔다.

휴대전화 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휴대전화를 공짜로 공급했고 98년말부터는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 서비스기능까지 추가됐다. 수신율도 98%이상으로 향상됐다. 소비자입장에서 삐삐나 시티폰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 셈.

결국 SK텔레콤을 제외한 11개 무선호출 사업자는 뒤늦게 업종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영광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의 운명은=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02년 휴대전화 가입자가 2900만명, IMT-2000은 130만명에 이르고 2010년에는 IMT-2000 가입자가 2500만명으로 늘고 휴대전화는 63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최소한 10년간은 휴대전화와 IMT-2000이 공존한다는 예상.

그러나 IMT-2000 수요예측이 맞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사업자간에 치열한 경쟁으로 IMT-2000 단말기 가격이 파격적으로 낮아지거나 새로운 기술의 개발로 전혀 다른 개념의 제품이 나올지도 모르기때문.

SK㈜ 최태원(崔泰源)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휴대전화와 IMT-2000은 사실상 동일한 사업자이므로 무선호출기의 사례와는 다르지만 기술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잠깐 한 눈을 팔면 바로 도태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고 강조하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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