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X를 풀어라" 암호전쟁

  • 입력 2000년 7월 2일 21시 22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암호전쟁이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 인터넷 신흥강국으로 자리잡은 한국도 이 전쟁에 뛰어들어 필사적인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암호전쟁이 치열해진 것은 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암호가 2차대전 당시처럼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산업분야에서도 핵심요소로 부상했기 때문.

대표적인 사례가 미 국방부산하 국가안보국(NSA)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셜론 프로그램이다. 에셜론은 ‘특수부대’‘삼각편대’라는 뜻으로 일반전화 무선전화 팩스는 물론 개인간에 주고받는 E메일의 내용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전세계 통신망의 70%에 달하는 정보망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도청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도청의 열쇠가 바로 암호다. 뛰어난 암호기술로 각 통신망이 쳐놓은 암호망을 풀어버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정보보호센터 김승주박사는 “미국은 이 기술을 이용해 각국의 공공기관이나 주요 대기업들의 입찰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다”면서 “이렇게 얻은 정보를 국가안보나 자국의 산업발전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암호기술 개발을 등한히 하다가는 군사적으로 안보를 종속당하는 것은 물론 정보산업적으로도 기술종속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특히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전자문서 전자교육 등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암호를 통한 보안 없이는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침입차단시스템, 가상사설망(VPN) 등 사이버보안제품들은 당연히 암호기술과 직접 연관된 응용물들이다.

▽선발주자 미국〓전 세계 암호기술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그 뒤를 일본과 유럽이 뒤쫓고 있으며 한국도 추격대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RSA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기업이 암호원천기술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다른 나라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 표준화기구인 NIST를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128비트급 차세대 암호기술을 공모, 후보작 5개를 선정해 놓았다. 미국은 올해말 자신들의 표준을 최종 결정한 뒤 전 세계 표준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추격하는 유럽〓유럽은 98년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각국의 최강의 암호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구성해 2002년까지 예정르로 ‘NESSIE(New European Schemes for Signature, Integrity, and Encryption)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 목적은 암호원천기술 개발과 그를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

▽응용의 일본〓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일본은 암호 원천기술보다는 전자화폐 등 응용기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신주쿠지역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자화폐 사용이 시범 실시되고 있는 것도 일본의 암호응용기술 덕분이다.

▽미지수 러시아〓수학 강국으로 암호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암호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냉전이 끝난 뒤 러시아과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러시아 현지에서 이렇다할 암호기술을 발표하지는 못하는 상태.

▽신흥강국 한국〓한국의 암호기술은 일본에 근접할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보통신부산하 한국정보보호센터가 98년말 국내 암호전문가들과 공동으로 128비트 표준 암호화 알고리즘 ‘SEED’를 개발, 현재 국제표준화를 추진중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들의 무관심으로 발전기반이 취약한 것이 문제점. 다른 디지털산업과 마찬가지로 암호분야에서도 원천기술이 매우 빈약해 이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한 실정이다.

<김광현동아닷컴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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