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키랄 물질' 분리 촉매 개발

  • 입력 2000년 4월 28일 19시 34분


국내 연구진이 키랄 화학물질의 분리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획기적인 업적을 내놓아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공대 지능초분자연구단(단장 김기문·金基文·화학과교수·46)은 간단한 유기분자들을 금속이온(아연·Zn)으로 연결해 ‘키랄 다공성(多空性) 결정물질’을 합성-개발하는데 성공, 이를 영국의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 27일자에 발표했다.

이 신물질의 이름은 포항공대의 영문약자인 POSTECH의 앞글자를 딴 ‘POST-1’.

벌집구조처럼 내부에 빈 공간을 많이 갖고 있는 이 신물질은 두 개의 거울상 이성질체중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분리, 합성하는데 촉매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POST-1’은 간단한 유기화합물과 금속이온으로부터 손쉽게 다량으로 만들 수 있고 기존의 키랄 균일 촉매와는 달리 다시 수거해 계속 사용할 수 있어 정밀화학이나 의약산업분야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키랄 화학물질이란?▼

오른손을 거울에 비쳐보면 왼손처럼 보인다. 이처럼 화학물질 가운데도 거울에 비친 모습과 똑같은 구조를 띤 것이 있다. 이른바 키랄(chiral) 물질이다. 키랄 물질이란 거울상 이성질체 구조를 갖는 물질을 말한다(그림참조).

키랄 물질은 크기나 모양이 같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생체에 대한 반응이 전혀 다른 것이다. 오른손과 왼손이 똑같이 생겼지만 오른손에는 왼손 장갑이 맞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키랄 물질의 한 종류인 R-탈리도마이드는 신경안정제로 쓰이지만 이 물질을 거울에 비친 것과 같은 구조의 S-탈리도마이드는 약효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나타낸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도 키랄 물질로 한가지는 어떤 것은 단맛이 나지만 다른 것은 맛이 쓰다.

이 때문에 거울상 이성질체 관계에 있는 두 화학물질중 유용한 하나만을 분리해내거나 합성하는 키로테크놀로지(chirotechnology)가 최근 정밀화학이나 의약산업분야에서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키랄의약품의 연간 판매액은 1000억달러에 이르고 매년 약 100억달러씩 판매고가 증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92년 키랄 의약품의 경우 약효가 있는 한가지 물질만 판매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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