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키랄 화학물질의 분리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획기적인 업적을 내놓아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공대 지능초분자연구단(단장 김기문·金基文·화학과교수·46)은 간단한 유기분자들을 금속이온(아연·Zn)으로 연결해 ‘키랄 다공성(多空性) 결정물질’을 합성-개발하는데 성공, 이를 영국의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 27일자에 발표했다.
이 신물질의 이름은 포항공대의 영문약자인 POSTECH의 앞글자를 딴 ‘POST-1’.
벌집구조처럼 내부에 빈 공간을 많이 갖고 있는 이 신물질은 두 개의 거울상 이성질체중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분리, 합성하는데 촉매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POST-1’은 간단한 유기화합물과 금속이온으로부터 손쉽게 다량으로 만들 수 있고 기존의 키랄 균일 촉매와는 달리 다시 수거해 계속 사용할 수 있어 정밀화학이나 의약산업분야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키랄 화학물질이란?▼
오른손을 거울에 비쳐보면 왼손처럼 보인다. 이처럼 화학물질 가운데도 거울에 비친 모습과 똑같은 구조를 띤 것이 있다. 이른바 키랄(chiral) 물질이다. 키랄 물질이란 거울상 이성질체 구조를 갖는 물질을 말한다(그림참조).
키랄 물질은 크기나 모양이 같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생체에 대한 반응이 전혀 다른 것이다. 오른손과 왼손이 똑같이 생겼지만 오른손에는 왼손 장갑이 맞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키랄 물질의 한 종류인 R-탈리도마이드는 신경안정제로 쓰이지만 이 물질을 거울에 비친 것과 같은 구조의 S-탈리도마이드는 약효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나타낸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도 키랄 물질로 한가지는 어떤 것은 단맛이 나지만 다른 것은 맛이 쓰다.
이 때문에 거울상 이성질체 관계에 있는 두 화학물질중 유용한 하나만을 분리해내거나 합성하는 키로테크놀로지(chirotechnology)가 최근 정밀화학이나 의약산업분야에서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키랄의약품의 연간 판매액은 1000억달러에 이르고 매년 약 100억달러씩 판매고가 증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92년 키랄 의약품의 경우 약효가 있는 한가지 물질만 판매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