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약관 주의…소비자에 책임전가 많아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인터넷 쇼핑몰에서 노트북PC를 주문한 대학생 김모씨는 제품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새로 구입한 노트북PC의 액정화면이 깨진 상태로 배달된 것. 김씨는 택배회사에 배상을 요구했지만 택배회사는 “소비자가 운송을 의뢰할 때 파손 면책란에 서명했다”며 거부했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접수한 택배 피해 사례 가운데 김씨의 경우처럼 택배회사가 교묘하게 책임에서 빠져나가려 한 경우가 무려 70%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고파는 전자상거래가 대중화되면서 분실 파손 배달지연 등 ‘배달사고’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씨의 경우 택배업자가 파손 면책란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려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다행히도 상법은 운송인의 잘못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운송인이 손해배상을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씨가 면책란에 서명했더라도 택배회사의 잘못으로 물건이 부서졌다면 택배회사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가정 주부 박모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기로 돼 있는 날 하루종일 집에서 기다렸다. 박씨는 여러차례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예정일을 닷새나 넘기고 나서야 물건이 배달됐다. 그 바람에 5일 동안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하지만 배달이 늦어진 경우 해당 물건이 부패 또는 변질된 경우에만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배달이 좀 늦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물건이 분실되는 경우 별다른 구제책이 없다.

회사원 이모씨는 오디오를 주문했는데 배달 도중 제품이 사라져버렸다. 택배회사는 “내부 규정에 보상한도가 20만원까지로 돼있어 나머지 물건값은 줄 수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분실의 책임은 당연히 택배회사에 있지만 잃어버린 제품의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을 경우엔 배상금액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게 되어 있는 현행 규정을 택배회사가 악용한 것.

이 때문에 분실사고가 났을 때 상식이 통하는 택배회사라면 어느 정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소비자가 피해를 뒤집어쓰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제도로는 확실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소비자의 시간적 정신적 피해는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배달사고난 뒤 소비자보호원에 신고(02-3460-3000)하는 방법 외에 달리 피해 방지방법이 없어 제도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정영태기자> 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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