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월드] 벤처 아나키스트 "일? 원할때만…화끈하게"

  • 입력 2000년 4월 24일 11시 40분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솔루션스의 이상원 컨설턴트(37)는 8종류의 명함을 갖고 다닌다. 벤처기업의 기술력이나 시장성을 판단해 캐피털과 연결시켜 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동종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알선해주는 그는 현재 서울에서 직원 3명을 데리고 '리베로'로 뛰고 있다. 물론 본사에서 지시한 일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그의 주 수입원은 6000만원 정도의 연봉이 아닌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사시킨 사업에 대한 성공 보수금.

본사의 동의하에 자유롭게 일거리를 찾아 뛰는 그를 주변에서는 '벤처 아나키스트'라고 부른다. '벤처 아나키스트'는 소속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정부주의자처럼 자유롭게 활동하는 벤처업계의 '네츠워커(networker)'를 일컫는 신조어.

회사의 동의없이 일과후에 다른 직업을 갖고 활동하는 '투잡(two jobs)족'이나 그물망같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업계의 정보유통의 '거간'역할을 하는 '넷맨'과도 차이가 있다. 그는 최근 인터넷셋톱박스 업체인 넷TV코리아와 미국의 나스닥 상장 벤처기업인 네온테크놀로지의 기술을 접목시켜 인터넷을 이용해 화상전화를 할 수 있는 '화상인터넷폰'을 개발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기술적인 결합을 위해서 네온테크놀로지를 끌어들인 것이나 IR전문가, 법무법인, 벤처캐피털 애널리스트 등을 기업과 연결시키는 등 제품 출시까지의 전 과정에 참여한 것. 그는 이 역할로 억대의 컨설팅 비용을 제외하고도 넷TV코리아의 주식 10여만주를 성공 보수금으로 받았다.

현재 이씨처럼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벤처 아나키스트는 대락 50~60명선.이들 대부분은 업계의 입소문으로 일을 수주하며 사업이 성사될 때까지 해당회사 소속으로 뛴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했던 이모씨(33)는 수하에 프리랜서 6명을 거느린 벤처 아나키스트.

외국에 진출하려는 벤처기업들의 마키팅, IR 등 모든 분야를 도와주고 성공 보수금을 받고 있다.특히 이씨의 경우 일반적인 컨설팅 업체들보다 일의 처리속도가 몇 배 빠르다는 것이 최대강점. 일을 수주한 이튿날부터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고 늦어도 3개월 이내에 업무를 완성한다.

이같은 '스피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이씨는 4개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무장하고 팩스까지 갖춘 자동차를 사무실로 활용한다.

이상원씨는 "한국 벤처 기업 상당수가 기술력은 있지만 마케팅이나 IR, 전략적 제휴와 같은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에는 전혀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기업들의 애로를 원스톱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벤처 아나키스트들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훈 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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