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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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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앞다투어 ‘디지털’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TV 광고에는 반도체 칩을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사람을 디지털처럼 쪼개 초고속통신망으로 전송하는 장면까지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다.
광속(光速)처럼 디지털의 발전이 가속되면서 갖가지 논란도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열쇠’가 될 수 있는지 등이 주된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어디까지〓현대문명의 총아인 디지털이 없다면 수천만의 이동전화와 PC는 하루아침에 고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혁명은 이런 점에서 ‘미래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은 “직장인들은 디지털 전자신호로 월급을 받고 물건을 사고 음식을 사먹을 때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모두가 ‘디지털’ 방식이다”며 “그러면서 왜 디지털을 두려워하는 지 알 수없다”고 말한다.
디지털 혁명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는 향후 3년내 초고속통신망의 속도를 현재보다 1000배 이상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 경우 PC를 통해 전달되는 영상은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현실처럼 느껴질 것이다.
▽디지털산업은 거품인가〓16일 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주식의 시가총액으로 미국 25대 기업 가운데 52%는 정보통신을 포함한 디지털 관련기업이었다. 10년전 이 비율은 32%, 20년전에는 12%였다. 디지털 관련기업의 성장률이 전통산업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적어도 지난 20년간 디지털 기업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현재 시가총액기준 10대 기업중 8개사가 디지털 관련 기업이다.
코스닥심사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지난주 서울 벤처밸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대상 조찬간담회에서 “금년들어 코스닥 등록을 신청한 기업 모두가 자칭 디지털 관련 기업이었다”며 “디지털 기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디지털 무장’이 일반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과 세대간 갈등〓디지털 혁명으로 계층간 세대간 갈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간 갈등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미국 MIT 미디어연구소 니클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세계 각국의 35세부터 55세의 사람들은 고민에 빠져있다. 이들은 아날로그 세대이면서 20대의 디지털세대를 이끌고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하는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세대간 갈등은 ‘부의 흐름’이 디지털 쪽으로 편중되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는 사라질까〓 디지털이 절대적 역할을 맡으면서 아날로그는 ‘퇴조’의 상징처럼 비쳐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이광형 교수는 그러나 디지털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기술개발은 더욱 촉진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로 개발된 기술도 사람이 사용하는 최종단계에서는 아날로그 신호로 전환되어야 한다”면서 “따라서 아날로그는 디지털의 발전과 발맞춰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