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우리집]홍성욱씨 홈페이지 '랍비'/청소년 고민풀어줘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1분


“오늘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사람은 성교를 왜 할까요? 임신을 안하려면 성교를 안하면 그만 아닌가요?”

상담게시판에 오른 한 여학생의 고민을 접한 홍성욱씨(37·충남 서천군 장항공고 교사)는 난감했다.

‘대답을 어떻게 해야 이 아이가 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까?’

꼬박 하루를 동료 교사들과 논의한 끝에 그는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이성간에 사랑에 빠지면 육체적 만남을 통해 사랑의 깊이를 더하려는 욕구가 인간의 본성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모두가 성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임신이라는 책임이 따르고 질서가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정당한 제도 속에서만 성교가 허용되는 게 아닐까요…”

지난해 6월 문을 연 상담전문 홈페이지 ‘랍비’(labbi.pe.kr)를 운영하는 홍씨는 인터넷의 익명성이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고 믿는다. 우석대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청소년 사이버 상담의 가능성 탐색 연구’라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만든 사이트.

홍씨는 자유게시판을 통해 고민을 남과 나누는 방법과 E메일로 하는 1대1 상담은 물론 ‘급한 친구’를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언제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친구가 A정이라는 약물을 이유없이 먹어요. 이게 어떤 약인지 가르쳐 주세요” 처럼 급박한 상담요청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상담은 친구를 빙자해서 자기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더 긴장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매달리느라 아내 강춘화씨(33)와 딸 은선(4)이 잠을 자는 동안 혼자 밤을 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도 “청소년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나는 절로 힘이 난다”고 홍씨는 말했다.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

◇‘Digital@우리집’에 선정된 홍성욱씨에게는 주네띠앙에서 120만원 상당의 오디오세트를 증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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