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배경 전문 웹사이트 탄생…다양한 사진 만여점 제공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만화의 시 공간적 배경을 대충 상상력으로 그리던 시대는 지났다.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사실적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배경이 되는 사진을 찍어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면 도쿄타워를 촬영한 항공사진, 배를 타고 가면서 위로 거대한 다리를 쳐다본 사진, 지하 수 십m의 지하철 공사장 내부에서 찍은 사진 등 가상의 상황이지만 철저한 고증을 통해 현실감을 살린 장면이 많다. 그러나 작가의 상상만으로 그린 국내 작품을 보면 거리감이나 각도 등이 심하게 왜곡돼 어색해보이는 배경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만화에는 한국배경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국내 최초의 만화배경 전문 웹사이트 ‘코믹김’(www.comickim.com)이 탄생했다. 웹 전문가 김종철(31), 만화가 지망생 김양희(29), 사진작가 김오근씨(41) 등 ‘3김씨’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

이 웹 사이트는 거리 공원 학교 집 주차장 음식점 극장 목욕탕 체육관 기차역 달동네 등 웬만한 건물사진은 물론, 전투기 자동소총 권총 자동차 오토바이 휴대전화 격투장면 등 다양한 사진 1만여점을 제공한다. 회원(3개월에 1만원)은 무제한, 비회원은 이코인(소액결제시스템)을 통해 한 장에 100원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이 사진들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만화가가 원하는 배경을 별도로 주문할 수도 있다.

김양희씨는 “프로 만화가의 경우 문하생들이 현장에서 찍어온 사진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어 그리기 쉬우나, 아마추어 만화가나 젊은 만화가들은 자료가 없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5월 지하철역 구내와 학교를 배경으로 한 사진집을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다.

그가 영세한 만화가들에게 이 자료집을 선물로 주면 “지하철 역 구내나 병원에서 사진찍다가 필름 뺏기고 혼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이런 사진이 여기 있다니…” 하면서 거의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다는 것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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