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휴진 시민반응]"의사는 시위중" 환자들 헛걸음

  • 입력 1999년 11월 30일 22시 51분


전국 16개 도시지역의 의사와 병원직원 1만7000여명이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석해 병의원을 비우는 바람에 진료차질과 함께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한의사협회가 30일 오후1시부터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한 ‘왜곡된 의약분업저지를 위한 규탄대회’엔 전국에서 의사와 병원직원 의대생 등 1만7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회가 끝난 뒤 서울 종묘까지 가두행진을 벌여 을지로와 종로일대가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이날 의사들이 병원을 비우면서 전국의 병원과 의원들은 상당수가 오후시간을 집단휴업했다. 서울의 경우 1만5000여곳의 개인 병의원중 4300여곳이, 부산은 1685곳 중 1238곳이, 광주는 456곳 중 300여곳이 휴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의원을 찾았던 환자들은 불평을 터뜨리며 집으로 돌아가거나 종합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으며 이 바람에 종합병원들은 오후들어서 밀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서대문의 K내과의 경우 낮 12시30분부터 문을 닫고 출입문에 ‘회의 참석차 오후 휴진’, ‘응급환자는 다른 병원을 이용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화곡동의 J 산부인과의원은 안내문도 없이 문만 닫아 놓았다.

종합병원인 서울 S병원과 I병원은 각각 40명, 28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집회에 참석해 진료에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H병원도 이날 오전에만 평소의 2배에 달하는 300여명의 환자가 몰려 혼잡을 빚었다.

아이가 밤새 고열에 시달려 병원을 찾았다는 김모씨(34·여)는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의사들이 실망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가 1주일째 감기를 앓고 있다는 주부 김모씨(30·부산 사하구 괴정동)는 “아파트단지내의 소아과의원이 문을 닫아 두 아이를 데리고 종합병원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며 화를 냈다.

경기지역의 경우는 아주대병원 등 대학부속 종합병원은 의사들이 집회에 참가하지 않아 정상진료가 이뤄졌으나 동수원병원 등 의사가 100명 이하인 종합병원과 개인 병의원에서는 오전에 진료하고 오후에 집회에 참가하는 바람에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수원 350명, 성남 300명, 부천 250명, 안양 240명 등 의사 2200명이 상경했으며 이들의 집회참석으로 인해 1500여곳의 의료기관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며칠전부터 각 병원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휴진공고문을 게시하거나 전화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려 미리 대비하도록 했으며 종합병원의 경우 필수요원은 남겨두도록 했기 때문에 환자들의 불편은 생각보다 적었다”고 해명했다.

의사협회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막기 위한 규정이 국회 보건위원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아직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고 게다가 대체조제문제 등 아직 미흡한 내용이 남아 집회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김상훈·박윤철기자·지방자치부종합〉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